◎조이스 캐롤 오츠,미 사회의 단면 사실적 묘사10∼20대 유색인종소년 17명 연쇄살해. 시간, 시체 절단, 인육 시식. 지난 92년 미국인들을 경악케 한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좀비(ZOMBIE)」(더튼간)가 이달 중 미국에서 출간된다.
작가는 미국인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거론되는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인 조이스 캐롤 오츠(57·여). 60년대 무명시절 이후 거의 1년에 한 편꼴로 소설을 써내는 다작에다 의학·법률·정치·종교등 소재에 막힘이 없는 작가로 이름난 그가 이번에는 미국사회의 어두운 초상을 그려냈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초콜릿공장 직원으로 근무하던 제프리 다머는 79년 오하이오주에서 18세 청년을 처음 살해 유기한 이래 푸에르토리코계, 라오스계 미국인들을 잇따라 유인 살해했다. 자신의 아파트에서 환각제로 피해자들을 정신 잃게 한 다음 망치나 손도끼등으로 살해한 수법이나 시체를 욕보인 뒤 사지를 절단해 냉장고에 보관했다거나, 머리를 통째로 끓여 조리해 먹는등 악마라고 표현해도 모자랄 범행을 저지른 인물이다.
당시 타임지를 비롯한 미국의 유수한 언론이 「일그러진 미국사회에 던져진 신의 준엄한 메시지」라고 해석한 이 범행의 전개과정을 작가 오츠는 범죄자를 화자로 등장시킨 일기형식의 독백소설로 그려내고 있다.
QUENTIN P라는 31세의 주인공은 미시건대 인근의 교수집안 출신이다. 연하의 흑인남자를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보호관찰을 선고받아 보호관찰자와 정기면담을 갖고, 심리치료를 받지만 상황에 잘 적응하는 겉모습과 달리 내면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좀비(마법으로 되살아난 시체)를 만들어내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이다. 그래서 희생자들의 폐엽을 얼음깨는 송곳으로 절개한 뒤 이제 인간이 아닌 상태의 피해자들을 비역질하고 폭행한다. 그리고는 희생자들이 주인(MASTER)인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믿는다.
주위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인채로 P가 벌이는 잔혹한 살인의 과정과 비정상적 의식의 흐름이 57장의 짤막한 장으로 나뉘어져 섬뜩하게 그려져 있다.
출간을 앞두고 미국언론들은 「P가 인스턴트식품으로 살아가며 온갖 마취제에 취하거나 마약을 구하기 위해 도시를 헤매고, 끊임없이 TV에 매달리는 풍경은 지금 미국사회의 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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