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잼제거 기능」 등 독자기술 바탕 업계 “우뚝”/올 1억불수출 탄탄대로 “이젠 국제무대에서 승부”지하철 2호선 성수역 부근 성수공단에 들어서 있는 신도리코 본사는 규모만 조금 더 클 뿐 주변의 작고 낡은 공장들과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양만으로 신도리코를 판단하면 곤란하다. 우리나라 복사기시장에서 부동의 선두를 고수해 온 엄청난 저력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80년대후반 확장되는 복사기시장에 뛰어들었던 LG 현대 대우 삼성등 「빅4」는 신도리코 때문에 10년을 채 못 버티고 물러섰다. 신도리코는 현재 40% 이상의 점유율로 20%대의 코리아 제록스 롯데캐논과 함께 2천억원규모로 추정되는 광대한 복사기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재벌업체들은 점유율 2% 미만에 머무는 수모를 겪고 있다. 덩치로 밀어붙여도 안되는게 있다는 교훈을 가르친 셈이다.
신도리코의 저력은 무엇보다 개성 출신의 창업주 우상기 회장의 외곬경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회장은 60년 창업이후 지금까지 35년간 복사기전문업체의 외길을 걸어왔다. 창업후 일본에서 복사기를 수입해 판매하던 60년대는 물론, 대기업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오르기까지 신도리코는 한해도 적자가 없는 무적자신화를 이룩하면서 튼튼한 재무구조를 구축해왔다. 사옥건물이 상징하듯 외화대신 내실을 선택한 것이다.
독자적 기술력의 축적도 신도리코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70년 기술도입을 위해 일본 리코사와 합작계약으로 설립, 2백명이 넘는 연구인력으로 복사기 기술의 첨단을 열어왔다. 건식복사기, 줌렌즈를 이용한 다기능복사기등을 국산화했고 지난해에는 신기종 NT2040을 복사기의 본바닥 일본에 수출, 히트상품으로 기록했으며 세계최초로 용지의 걸림을 자동으로 제거하는 잼제거기능을 채용한 NT4000으로 업계를 경악시키기도 했다. 차세대복사기인 디지털복사기에 대한 기술개발도 완료된 상태다. 기술연구소가 보유한 국내외 특허만 해도 1천개가 넘는다. 합작계약을 발판으로 일본의 기술을 하나하나 정복해온 신도리코는 홀로서기의 단계를 넘어 소형 저가품목에 관한한 기술을 역수출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알토란같은 재무구조와 첨단기술을 발판으로 신도리코는 지난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엔고의 틈을 비집고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시장을 돌파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8천만달러상당을 수출한데 이어 올해 목표인 1억달러 수출은 무난할 전망이다.
물론 신도리코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등 대기업들이 디지털복사기에 대한 기술을 쌓으며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리코는 81년이후 줄곧 정상을 유지했던 팩시밀리시장에서 최근 삼성전자에 밀리는 뼈아픈 경험을 했지만 복사기시장만은 결코 호락호락하게 내놓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미 품질은 20% 향상하고 단가는 20% 절감하자는 「Q20」 「C20」 운동등 재벌과의 2회전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우석형 사장은 『국내시장을 노리고 있는 재벌들, 해외시장을 장악중인 일본업체와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남으려면 실력을 쌓을 수밖에 없다』며 각오를 다진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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