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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경협 서방국 뛰고 한국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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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경협 서방국 뛰고 한국 제자리

입력
1995.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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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기류 타고 미기업들 러시/유럽·일도 “마지막 시장” 질주/최근 정치적 상황에 속수무책/각종사업 연기·실현도 불투명국내기업들의 경협사업이 최근 정치적 상황에 걸려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사이 미국과 일본등 서방국가들이 앞다투어 대북진출에 나서 기회를 선점하고 있다.

올들어 대기업들의 방북을 계기로 한동안 상승세를 탔던 남북경협은 당국간 회담결렬과 우성호송환문제로 냉각된 반면 서방기업들은 북·미사무소개설과 북·일수교추진등의 흐름을 타고 마지막 미개척시장인 북한으로 몰려가고 있다. 국내업체들로서는 서방기업들의 질주를 발을 구르며 쳐다만 보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당국으로부터 협력사업승인을 받아 경협의 선두를 달려온 대우의 남포 시범사업부터 난항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북한측과 공장가동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세부적인 사항들을 마무리하지 못한채 당초 예정됐던 「9월가동」이 연기된 것은 물론 연내 실현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지난 7월22일 북한노동력의 교육과 사전준비를 위해 파견된 기술진들도 지난달말 모두 철수함으로써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사업자승인을 받았던 고합물산 한일합섬 국제상사등 3개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과 6월말 당국의 승인을 받아 베이징(북경)등 제3국에서 꾸준히 대북접촉을 하고는 있지만 북한측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또 지난달 화제를 모았던 대규모 한국기업인 방북계획도 남북간의 정치상황 악화로 좌절됐다.

반면 외국기업들의 대북진출은 북한측의 적극적 자세로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대북 제재조치해제이후 연락사무소개설을 앞두고 있는 미국기업들. 북한과 정유사업을 추진중인 스탠턴그룹을 필두로 코카콜라와 GM등이 대표적이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12월 회사간부를 북한에 파견, 진출방침을 확인했고 GM도 지난 5월 나진·선봉지역에 자동차부품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이밖에 북한주민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알려진 말보로담배와 버드와이저맥주 등도 진출에 대한 당국의 내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모토로라 AT&T 시티은행등이 북한진출을 준비중이다. 7월에는 록펠러재단이 주축이 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평양을 방문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기업의 북한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독일기업들은 이르면 이달내로 17개기업이 컨소시엄형태로 평양에 진출, 사무실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네덜란드의 ING은행과 영국의 페레그린투자회사가 각각 합작사를 설립했고 프랑스도 통신분야의 진출을 검토중이다.

전후배상금문제를 고리로 수교를 추진중인 일본도 만만치 않다. 이미 미쓰비시 마루베니등 상당수의 기업들이 방북해 나진·선봉은 물론 평양 개성까지 방문해 시장 및 투자환경조사를 마친 상태다.

재계의 한 북한 관계자는 『현재의 교착상태는 권력승계와 수해로 인해 악화된 식량난등 북한내부의 문제, 한국보다는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우위를 둔 북한의 대외전략, 그리고 우성호등 정치문제와 연계시키지 않을 수 없는 당국의 입장때문』이라며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서방기업들과의 경쟁은 포기해야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재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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