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새로운 완성” 위한 치열한 모색창무 국제예술제는 93년도의 부토페스티벌과 지난해의 유럽무용에 이어 이번에는 아시아권의 현대무용단을 초청함으로써 꾸준한 국제행사로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산카이주쿠(산해숙)의 작품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해 예술제의 품위를 높였고 중국의 유일한 현대무용단인 광둥현대무용단을 초청해 우리 현대춤의 위치를 가늠하게 했다.
유럽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는 일본의 산카이주쿠 무용단은 안무자 아마가쓰 우시오(천아우대)가 이끄는 부토단체로 구성원은 남성만 5명이다. 이번에 공연된 「경이롭게 서 있는 달걀」(9월28∼29일 호암아트홀)은 일본의 현대무용인 기존의 부토가 지닌 장점만을 살려낸 작품이었는데 부토춤의 새로운 완성으로 평가할만한 독창성과 안정감이 보였다.
삭발과 백색분장, 그리고 느리거나 기형적인 움직임을 고수한다는 점이 부토의 일반적인 특징임에도 불구하고 두 계파, 즉 무대형식을 중시하는 암흑부토와 감정의 흐름을 중시하는 즉흥부토는 매우 다른 느낌의 춤이었다.
형식에 치중하면 자칫 의미나 개성을 잃게 되고 개인의 의식에 치중하면 볼거리 없는 춤무대가 된다는 사실은 특히 부토의 경우 자명하다. 아마가쓰는 부토의 고유영역을 지키면서 이 난제를 극복했는데 의식의 흐름을 무대효과가 수반된 행위로 충분히 시각화하는 방법을 발견한 덕분이다. 바닥으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모래와 물, 무대의 직사각형 호수, 호수의 물결이 투영되는 배경막, 작품의 일부로 치밀하게 짜여진 조명효과는 각 매체와 인체의 결합으로 특정한 이미지를 만든다. 자연과 인간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산카이주쿠가 작품성에 치중했다면 광둥현대무용단은 다양한 춤기교의 습득과 중국적인 특성의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열두가지 중국풍경」(9월30일∼10월1일 포스트극장)을 통해 보여준 그들의 기량은 탁월했다. 단체의 짧은 경륜으로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는데 국립무용아카데미에서 전통무용과 고전발레를 전공했다는 설명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현대무용을 이념보다는 춤기교 위주로 받아들여 안무자 발굴이 미흡한 점과 중국적 특성을 찾기 위해 전통무용의 음악이나 소도구를 이용하는 시도들은 우리 현대춤의 과거를 보는 듯했다.
그에 비하면 방희선의 「태양의 그림자」(10월3∼4일 포스트극장)는 일상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춤을 끌어가는 능력이 돋보였다. 최근의 공연이었던 가사이 아키라(립정예)의 솔로 「나의 묵시록」(10월6∼7일 포스트극장)은 즉흥공연의 절정인 광기를 표출했다. 16∼17일에는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 무지요노현대무용단의 공연이 남아 있다.<문애령 무용평론가>문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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