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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최주활 상좌 기자 회견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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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최주활 상좌 기자 회견 일문일답

입력
199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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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체제 4∼5년 버티기 힘들것”/군부내 신·구세력 주도권 쟁탈전 심각/김정일,장성들 환심사려 호화 주택·고급차 선물/배곯는 10대 아이들 고위당 간부집 동냥다니기도/병력 70% 평양이남 전진배치·도시침투 훈련강화지난달말 동남아를 통해 귀순한 최주활(46)상좌는 김정일이 아직까지도 북한군부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해 노동당총비서직과 국가주석직을 승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70년이후 귀순한 북한군인 28명중 최고위급인 최상좌는 최근의 북한군부 동향과 첨단무기 개발실태, 전쟁준비 실상등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다음은 최상좌와의 일문일답.

○소환명령 겁나 귀순

―귀순동기는.

『북한 해외공관 무관등으로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하면서 북한체제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1인독재체제임을 실감했다. 지난 5월27일 무역실무대표단 단장으로 중국에 파견돼 남한 실업가들과 우연히 접촉하면서 남한의 정확한 실상을 알게됐으나 이 사실이 중국에서 활동중인 사찰요원에게 발각돼 소환명령을 받았다. 귀국하면 정치적으로 매장될게 분명한데다 북한체제가 4∼5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귀순을 결심했다』

―귀순경로는.

『당초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아가려 했으나 북한요원들이 길목을 지킬 것이 우려돼 조선동포의 도움을 받아 동남아로 탈출했다. 그곳에서 남조선 요원에게 귀순의사를 밝힌뒤 무사히 자유대한의 품에 안겼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의 군부장악 정도는.

『김정일은 군사및 경제분야의 문외한으로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는 인물이다. 군사전문가가 쓴 책을 인용,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양 군사지침을 발표할 정도다. 이 때문에 군부내 반대세력이 만만치 않다보니 호화주택과 신형 벤츠승용차를 고위장성들에게 지급하는등 군부장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92년 장성들이 군사쿠데타를 계획하다 적발된 사건도 그가 군부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실례이다. 김정일이 최근 인민무력부장에 임명한 최광은 원로포섭차원에서 예우한 것일 뿐 실제 총애하는 장성은 작전국장 김명국, 보위국장 원용희, 3군단장 장성우등 3명이다』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늦어지는 이유는.

『북한은 현재 심각한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을 승계한다는 것은 김정일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어느정도 체제를 안정시킨 후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직을 승계할 것이다』

―군내부의 세대교체와 관련, 내부갈등은 없는가.

『신진세력과 원로들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심각하다. 김정일은 이같은 내부갈등이 자신의 군부장악력에 장애가 되자 이들 모두의 환심을 사기위해 각종 방안을 짜내고 있다. 최근 대동강변에 호화주택을 지어 원로 장성들에게 선물로 주었으며, 군단장급 이상 장성 20여명에게도 최신형 벤츠승용차를 지급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외형상 신구세대간 갈등이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잠재해 있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남측에서 제공한 15만톤 규모의 쌀이 어떻게 쓰여졌으며 남측에서 보내온것을 아는 주민이 얼마나 되는지.

『지난5월 북한을 떠나 정확한 배급 경로는 모르나 당시 식량사정은 무척 어려웠다. 수확이 저조한 강원·함경·양강도등은 이미 지난 93년12월부터 배급이 중단돼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으며 10대 아이들중 당 고위간부집에 동냥다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따라서 배급이 끊긴 지역에 우선 배포했을 것이며 나머지는 군량미와 비축미로 저장했을 것이다. 또 쌀제공처를 주민에게 철저히 비밀에 부쳤을테지만 수송및 하역등에 관여했던 노동자등을 통해 결국 남한에서 보낸 사실이 알려질 것이고 이로인해 대남인식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군도 외화벌이 사업

―인민군의 외화벌이 상황은.

『지난 80년대중반부터 경제난의 심화로 군의 식량 피복등 물자보급이 원활치 않자 자체적으로 충족하기로 결정한뒤 군 산하에 25개회사를 조직, 외화벌이에 나섰다. 융성무역의 경우 종업원수만 2천명이 넘고 신진합작회사, 수산기지, 일본수출공사등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군 고위간부들이 외화벌이사업을 주도하면서 돈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 함북 6군단에서 도당비서와 안전국장등이 아편밀수사업을 하다 10만달러를 착복, 적발돼 쫓겨나는등 외화벌이사업과 관련해「하루에 간부 한명이 없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북한의 전쟁준비 상황은.

『군병력의 70%를 평양이남에 배치했으며 군사훈련의 60∼70%를 야간에 진행하고 특공대의 도시침투 훈련등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또 군 장비의 현대화에 따라 탱크군단 기계화군단등을 창설한 뒤 러시아제 탱크등 신형무기 수입과 미사일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80년대초부터 미사일을 개발, 사정거리 5백∼6백미사일의 경우 이미 전방에 배치했다. 사정거리 1천의 미사일은 평양부근 일명「돼지공장」에서 93년부터 비밀리에 제작되고 있으며 개성에서 서울까지 포격이 가능한 1백75㎜짜리 포도 생산되고 있다. 또 80년대말 소련제 경비행기를 만들었으며 93년에는 미그21기를 시험생산하는등 전투에 필요한 무기는 거의 자체 생산하고 있다. 러시아와 군사동맹관계가 끊어졌다해도 기술자를 몰래 들여올 수도 있고 우크라이나의 기술자 3∼4명이 다녀간뒤부터는 비밀리에 무기기술개발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은.

『정치 경제가 불안해 주민사이에서「굶어죽는 것이나 싸우다 죽는 것이나 매일반」이란 의식이 팽배하다. 김정일이 이런 민심을 이용,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전보다는 장기전을 택해 주로 미군부대만을 공격한뒤 미국내에서 유가족중심의 반전운동이 확산되면 이를 미군철수로 끌어낸다는 생각도 있다. 또 미국등 서방국가에서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막으려 특정지역을 공격하면 이를 계기로 핵무기를 동원한 전면전도 고려하고 있다』

―북에 가족들이 있는데.

『북한은 귀순자 가족을「3대를 멸족한다」는 원칙아래 정치수용소로 보낸다. 처자식들을 두고있는 입장에서 귀순결정을 내리는데 용기가 필요했다. 아마 이 기자회견 이후 가족들은 수용소로 보내지게 될 것이다』

―안승운 목사 납치 소식은 들었는가.

○안 목사 납치 가능성

『중국에서 탈출한 뒤에 납치소식을 들어 정확한 경위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북한이 중국 연길지방등에 비밀요원을 보내 남한 인사 포섭활동을 벌이고 있는 점으로 미뤄 안목사가 납치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내가 남조선 실업가들과 접촉한 사실을 알고 상부에 보고한 정찰국 사회안전부 소속 이철봉의 주임무도 남조선 사람들을 북한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그는 당시 남조선의 대대장급 이상 고위장교를 귀순시키라는 지시를 받고 공작중이었으나 여의치 않자 안목사를 납치대상으로 삼은 것 같다』

―핵무기 개발상황은.

『핵무기 개발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극소수만이 핵보유 여부를 알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이 지난 88년 평북 영변군 원자력연구소를 방문, 연구결과를 보고받고는 최고급 버스 2대와 모피코트를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사업에 상당한 관심과 진척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발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북한이 1천톤이상의 화학무기를 보유중이라는 설이 있는데.

『화학무기 분야에 직접 관계하지 않아 보유여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80년대초 소련주재 북한대사관 무관으로 있던 김종찬소장이 화학무기에 관한 최신정보를 입수, 당국으로부터 1급훈장을 받는등 초고속 승진을 한 적이 있다』

○개방 불가피한 선택

―북한체제의 붕괴가능성은.

『4∼5년 내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정치적 혼란은 경제난에 기인한 것이다. 고위간부들조차 하루빨리 경제개방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현 경제상황으로 미뤄볼때 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개방이 진행돼 남한등 자본주의 국가 기업인들이 대거 몰려오면 자유민주주의사상이 급격히 확산돼 체제에 대한 불만이 싹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의 군지도자와 당간부들이 결속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수해가 심했다는데.

『북한지역은 기본적으로 산림이 없어 여름철이면 홍수가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해에도 청진등에 대홍수가 발생,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지난 5월 중국에 파견돼 이번 수해상황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평소 재해발생 사실을 숨겨온 북한당국이 세계 각국에 지원을 호소한 점으로 미뤄볼 때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음이 분명하다』

―북한주민들이 아직도 김일성배지를 달고 있는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착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가안전보위부 직원들이 김정일배지를 처음 달기 시작해 유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김일성배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이 정식으로 국가주석과 당총비서직에 취임하면 김정일배지로 교체될 것이다』

―북한이 최근 미국·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추진중인데.

『북한이 적극적인 대미·대일 교섭에 나선 것은 미군을 철수시키고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유도, 자신에게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이들 국가의 자본을 유치,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정리=고재학·염영남 기자>

◎최주활 상좌는 누구인가/아버지 6·25때 전사 혁명유자녀/러 등 군사대표단 통역요원 활동/체코 군사기밀 수집하다 추방도

13일 기자회견을 가진 북한군 최주활(46)상좌는 지금까지 귀순한 북한군인중 최고위급으로 김일성사후의 북한 군부동향에 정통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70년이후 귀순한 북한군은 이웅평 공군대위(현 대령), 신중철 육군중위(현 대령)등 장교 5명을 포함, 모두 28명에 달하지만 영관급 장교가 귀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68년 인민군에 입대한후 체코슬로바키아 주재 북한대사관 부무관으로 3년간 근무했고, 80년 이후에도 러시아·헝가리등 군사대표단 통역요원으로 활동하는등 북한의 대외군사정책 분야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의 귀순은 아버지 최석보씨가 6·25때 전사한 혁명유자녀인데다 형 금활(51)씨도 사회안전부 병기국 「11.24관리소」소장(상좌)으로 있는 특권층이라는 점에서 북한체제의 동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할 수 있다.

그는 49년 함북 청진시 신암구역 명성동에서 태어나 평양 외국어유자녀학원에 재학중이던 68년 3월 군에 입대했다. 항공육전여단에 배치돼 하사 계급으로 복무하던 그는 70년부터 2년간 정찰국 산하 외국어강습소(현 압록강대학)에서 러시아어를 배운후 인민무력부 외사부 양성(수습)통역원으로 근무하던중 75년 8월 평양외국어대학 노어과 3학년에 편입, 78년 9월까지 3년간 러시아어를 공부했다.

그는 이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79년 5월부터 체코슬로바키아 주재 북한대사관 부무관으로 활동하던중 탱크 부착용 화염방사기등 체코의 최신 군사기밀을 수집하다 적발돼 추방됐다. 그는 대사관 무관이 공인된 첩보요원인데다 상부 지시에 의한 기밀수집활동인 만큼 신분상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여겼으나 귀국이후 더이상의 대사관 근무가 주어지지 않자 북한체제의 경직성에 심각한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귀국후 인민무력부 대외사업국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통역요원으로 활동하다 올 1월부터 외화벌이 사업을 담당하는 인민무력부 후방총국 융성무역회사 합영부장으로 일해왔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은 형 금활씨와 어머니 이순음(67)씨, 평양시 평천구역 의약품관리소 판매원인 처 조현실(42)씨, 딸 애화(17)양, 아들 철준(12)·철민(10)군등 2남1녀다.<고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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