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방 해석차이 양측서 양해” 항변/“양보·타협할 사안안돼” 대책부심『한일합방조약은 합법적으로 체결됐다』는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의 발언 파문이 증폭되고 있는데 대해 일본정부는 「예기치 못한 사태」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당황해 하는 것은 당초 무라야마총리의 발언이 역대총리나 외무장관의 한일합방에 대한 국회 답변을 되풀이 한 것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때문이다.
한일합방의 유효 여부에 대해서는 지난 51년부터 시작된 한일양국의 국교정상화교섭에서도 마지막까지 대립을 보였던 문제로 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에서도 「1910년이전에 양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은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제2조)는 표현으로 애매하게 마무리했었다. 이로 인해 한국측에선 그동안 『체결시점부터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해석을 해온 반면 일본측에선 『국제법상 유효하게 체결됐으나 일본의 패전으로 무효가 됐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무라야마총리가 자신의 발언파문이 한일 양국간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자 12일 물의를 빚은데 대해 유감을 표한데 이어 13일엔 『한일합방조약 체결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이 평등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도 끝내 발언자체는 취소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외무성의 한 관계자도 『한일합방에 관한 해석은 양측이 독자적으로 해 온 것으로 양국의 외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양해된 사항인데 지금와서 어느 일방의 주장이 상대방에 수용될 수 있겠느냐』며 『누가 일본의 총리가 되더라도 똑같은 발언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측은 이번 무라야마총리의 발언이 지난 6월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전부총리가 『한일합방조약은 원만하게 체결됐다』고 한 발언과는 다르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측에서 요구하는 무라야마총리의 발언취소는 결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일본측은 바로 이 점 때문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양보나 타협이 개재되기 어려운 문제를 두고 외교마찰을 빚을 경우 양국 국민감정을 부채질하게 돼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로명 외무장관이 공식적으로 일본측의 한일기본조약 제2조 해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했기 때문에 과거의 망언파문때처럼 어물어물 넘어갈 수도 없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이다.
한편 일본 외무성과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사이에서는 이번 발언파문이 처음 한국보다 북한측에서 먼저 문제를 삼으면서 시작된 것은 북·일국교교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북한측의 외교전략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과 일본의 수교협상에서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등 과거사 문제도 난제로 등장할 것이 분명한만큼 북한으로서는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둠으로써 일본으로부터 대폭적인 양보를 끌어 내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는 특유의 일본식 해석인 것이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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