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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너」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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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너」들이 몰려온다

입력
1995.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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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국 법인 취직위한 외국 유학생들 줄이어/일상대화는 물론 욕설까지 우리말 정확히 구사「가을 바람이 불어 은행 잎이 날아간다/ 눈부신 녹색 바다속에 시커먼 기와가 무겁다/ 그리운 님과 시간을 넘어 약속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님이 만드신 위대한 한글로 한없이 글을 쓰고자 한다」

한글날을 앞둔 지난 6일 연세대 한국어학당이 덕수궁에서 연 제4회 「전국외국인 한글백일장」에서 시부문 장원으로 입상한 일본인 오카 다케오(강웅생·24·학생)군의 작품 「덕수궁」이다. 시각문화에만 익숙, 글쓰기에 서툰 우리의 웬만한 젊은이들보다 훨씬 세련된 글솜씨다. 심사위원장 조병화 시인은 『이날 출품된 상당수의 작품들이 한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한 것은 물론 참신하게 글을 쓰려 한 노력이 돋보였다』며 『특히 오카씨의 「덕수궁」은 한국적인 감수성이 깊게 배어있는 우수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외국 젊은이들이 최근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날의 한글백일장에도 무려 47개국적을 가진 7백2명의 외국인이 참가했다. 전에는 직장 때문에 한국에 머무르는 종교인 외교관 언론인 군인등이 일상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정도로 우리말을 배우는 경우가 보통이었으나 요즘에는 아예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와서 국내 어학교습소에서 1년이상 공부하고 있는 외국대학생들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최근들어 해외에 한국기업의 현지법인들이 많이 생기면서 외국주재 한국기업에 취업하려는 외국대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휴학까지 하면서 한국으로 유학오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세칭 「코리너」(KOREIGNER·한국어를 거의 모국어수준으로 구사하는 외국인)들은 일상대화는 물론 순간적으로 내뱉는 감탄사와 욕설까지 한국어로 내뱉을 정도이다. 어려운 한글고어체로 된 고전물을 술술 읽어내려가기도 하고 한문독본을 사전 없이 펼쳐보는 외국인도 대학캠퍼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 전임강사 조항록씨는 『수업시간에 한국정치 경제 역사등에 대한 외국학생들의 질문수준이 매우 높아 당혹감을 느낄 때도 많다』며 『한국에 대한 이들의 이해와 관심의 수준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최근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학생들 대부분이 대학교 1, 2학년때 한국어와 한국관련과목을 공부한 뒤에 한국어를 공부하러 유학을 떠난다』면서 『기초가 쌓인 상태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기 때문에 한국어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영어가 어렵듯 외국인에게 한국어가 쉬울리 없다. 이번 백일장에서 수필부문 장원을 차지한 구니시마 미유키(국도미유기·29·여)씨는 『92년 처음 배울 때는 한국어가 일본어와 어순이 비슷해 쉽다고 생각했지만 공부를 거듭할수록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며 『한국어교습학원을 부지런히 다니고 밤잠을 설쳐가며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에 2백여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는 구니시마씨는 앞으로 한국소설을 일어로 번역하는 일을 할 생각이다.<윤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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