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본 외신=종합】 예정보다 하루 늦은 11일(현지시간) 발효될 것으로 예상됐던 보스니아 휴전이 막판 영토확장을 염두에 둔 내전당사자들의 전략과 전력 공급상의 문제로 또 다시 연기됐다.보스니아 정부는 11일 사라예보 공항에서 유엔 중재로 열린 회담에서 휴전발효를 하루 더 연기해 12일 0시1분(한국시간 상오 8시1분)부터 개시할 것을 제의했으며 세르비아계측이 이를 수락했다. 이에따라 보스니아는 12일 0시1분부터 전지역에서 휴전에 들어간다.
한편 보스니아 북부 산스키 모스트와 므르코니치 그라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를 피해 4만명의 현지주민들이 인근의 프리예도르로 대거 피란하고 있다고 국제적십자사 위원회(ICRC)가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독일정부는 나토의 다국적군에 최대 5천여 병력을 지원키로 하고 준비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 앞둔 보스니아 표정/전기 들어오자 거리에 음악 흘러/“땅 더 차지하자” 막판 전투 치열/세계,회교도 추방 「인종청소」 계속
당초 예정된 휴전은 발효되지 않았지만 보스니아 내전의 심장부 사라예보에는 10일 실로 몇개월만에 전기와 가스가 들어오고 거리엔 음악이 흘렀다. 평화의 여신이 매캐한 포연속에서 미소 짓는 듯했다.
이날 하오 늦게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 전기와 가스 공급이 재개되자 한 시민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TV를 볼 수 있게 되니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다』며 문명의 이기를 처음 접한 사람처럼 감격해했다. 아이들도 7개월만에 환한 불을 밝힌 천장의 등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고 어른들 역시 TV와 라디오에 정신을 빼앗긴 채 잠시나마 내전의 시름을 잊었다.
사라예보에 전기와 가스가 공급됨으로써 3년 6개월간 계속돼 온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향한 역사적인 휴전의 전제조건이 충족됐다. 이 조건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10일 0시(한국시간 10일 상오8시) 발효예정이던 휴전을 두 차례 연기했던 보스니아 정부는 12일 0시1분을 기해 휴전을 시작하자고 제의, 휴전성사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휴전이 미뤄지면서 휴전에 앞서 땅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내전 당사자간 전투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보스니아·크로아티아 연합군은 10일 보스니아 북서부의 세르비아계 전략요충 므르코니치 그라드와 비하치 인근의 세르비아계 거점도시인 산스키 모스트를 함락시켰다. 반면 막바지 「인종청소」를 강화하고 있는 세르비아계는 지난주 북부의 반야루카 지역에서 4천명의 회교도를 추방한데 이어 향후 며칠간 8천명의 회교도를 추가로 내쫓을 예정이라고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10일 밝혔다.
한편 지난 2년여동안 구유고 지역의 유엔 활동을 총괄해온 아카시 야스시(명석강) 유엔 특사가 10일 해임되고 후임에 가나 출신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차장이 임명됐다. 세르비아계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때문에 미국과 보스니아 정부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던 아카시 특사의 해임은 미국등 서방이 조만간 시작될 보스니아 평화정착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김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