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증폭에 적극 해명나서/중진동요 등 총선 악영향 판단/김 대통령의지 확고… 불씨잠복민자당은 11일 김영삼 대통령의 「젊은 후보」언급에 대해 뒤늦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차기후보 문제가 당내외에 파문을 일으키자,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날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손학규 대변인은 김대통령발언에 대해 『세대교체라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며 이에 대한 원칙론적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전날 당직자회의가 없었다지만 아무런 공식반응이 나오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손대변인은 『40대후보가 누구냐하는 문제가 하마평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김대통령 발언은 정치발전의 방향과 의지 를 표명한 것일뿐』이라고 당내중진들을 의식한 회의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세대교체는 선거를 통해 결정된다는 야당의 반박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는 「해명」까지 곁들였다.
회의에서는 김윤환대표와 강삼재 사무총장의 적극적인 진화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듯 손대변인의 공식발표외에도 당직자들의 해명성 발언이 잇따랐다. 은근히 회의적인 시각을 비치면서도 입조심을 하던 전날의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서정화 원내총무는 『김대통령이 평소 생각을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라며 『후계가 결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자당이 김대통령 발언을 원칙론 수준으로 해석하는 것은 「젊은 후보」논의가 15대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벌써부터 40∼50대 후보군에 대한 추측이 나오기 시작하는등 이 논의가 당내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듯하다.
실제 민자당은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대권구도를 앞세워 바람몰이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차기후보로 거론되는 중진들을 지역별로 내세워 맞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당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후계에 대한 성급한 논의는 중진들의 전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민자당은 이와함께 적극적인 세대교체 논의를 「비민주적」이라고 보는 외부 의 시각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6·27지방선거의 주요한 패인중 하나를 독단적 정국운용에서 찾는 일부 여당인사들은 김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그같은 강성 이미지를 또다시 증폭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민자당내에는 세대교체 논의가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여기는 인사들도 없지않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야당의 두김씨에 맞서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세대교체 논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자당이 이처럼 최근 여권핵심부의 후계구도 발언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진화에 나선 것은 총선을 앞두고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대교체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가 분명한만큼 후계구도를 둘러싼 당내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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