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통합국력 바탕/패전 50년만에 군사·외교 독자행보도지난달 유럽의 금융시장이 일대 소용돌이에 휩싸인 적이 있다. 각국의 주식이 일제히 곤두박질치고 외환거래가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이 벌어졌다. 이른바 「바이겔 파동」이다.
독일 재무장관 테오 바이겔이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에서 오는 99년 EU 단일통화 도입문제와 관련, 일부 국가들의 부적격성과 화폐통합의 엄격한 조건을 촉구한 것이 유럽전역에 이런 충격파를 몰고 왔던 것이다.
바이겔 파동은 통일독일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 국가의 장관 「한마디」에 유럽대륙전체가 휘청거린 것이다. 이처럼 통일된 독일은 명실상부한 유럽의 최강국으로 자리를 굳혔다.
8천만명의 인구와 막강한 경제력, 잠재적 군사력, 비상시 폭발적 힘을 내는 민족기질등 어느면에서 보나 통일독일은 누구도 만만히 대할 수 없는 초일류 국가로 등장했다.
독일의 부상은 외교행보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EU와 나토를 중·동부유럽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독일의 입장인데 이같은 주장은 프랑스등 서유럽국가들로부터 그 의도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교노선에 있어 독일의 자신감은 지난 8월 미국과 중국이 인권문제로 한창 옥신각신할 때 미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장쩌민(강택민)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해 수십억 마르크규모의 양국 경협을 체결한 사실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독일은 미국주도의 대이란 금수조치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통일독일의 가장 두드러진 국제적 행보는 대외 군사활동의 확대다. 91년 걸프전때만해도 파병없이 분담금만 내야 하는 수모를 겪었던 독일은 이후 세계 여러곳에 군인들을 내보내고 있다. 캄보디아와 소말리아에 비전투병력이 파견돼 활동중이며 지난 6월에는 독일의 실전부대가 보스니아에 파견됐다. 특히 지난달초에는 독일 공군기들이 보스니아에서 2차대전 종전 50년만에 처음으로 전투임무를 수행, 독일이 세계 군사무대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알렸다.
민족통일국가로 새로 태어나 5년이 흐른 독일은 아직 내부적 후유증과 진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떠오르는 강대국으로서 세계의 주시를 받고 있다.
『시류에 밀려 갈팡질팡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독일은 원하든 원치않든 초강국이 됐으며 따라서 우리는 외교정책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출발선에 서있다』는 로만 헤르초크 독일대통령의 올해 초 연설은 통일독일의 현 주소와 진로를 함축적으로 시사하고 있다.<베를린=송태권 특파원>베를린=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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