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극장이나 음악당의 객석이 보통 S석이 있고 나서 A, B, C석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입장권 값이 단계적으로 일정하게 차이가 나지만 서양, 특히 전통적인 유럽의 공연장은 더욱 다양한 자리들을 지니고 있고 가격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를테면 전통적 오페라 하우스의 객석 중 오페라 박스와 입석은 극과 극을 이룬다.오페라 박스(유럽에서는 로지라고 부른다)는 한 쪽이 무대 쪽으로 트여 있는 방을 말한다. 극장에 따라 크기가 다르고 호화스럽기 짝이 없으며 극장 입구부터 들어가는 곳이 따로 되어 있고 박스마다 문이 따로 나 있다. 대개 두 칸으로 되어 있어 뒤 칸에 옷을 벗어놓고 화장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박스 하나에 한 자리씩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함께 온 일행은 휴게시간에 담소할 수 있고 서로 상대방의 박스를 건너다보며 호기심을 채울 수가 있다. 과거의 관객은 사실 무대 자체보다 서로의 박스에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전통적 극장의 객석 구조가 말굽형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오페라 글래스라는 것도 아마 무대만을 보기 위해 발달한 것은 아닌 듯 싶다(19세기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장기였던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 「센소」를 보면 오페라 박스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입석은 글자 그대로 서서 보는 곳인데 입석이라고 해서 아무데나 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입석이 따로 배치되어 있다. 입석은 그 날에 한해서 한 사람에게만 팔기 때문에 거의 매진이 되는 유럽의 큰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표가 없을 때 입석을 사야만 구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몇 시간씩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입석의 분위기는 오페라 박스의 분위기와 가격만큼이나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입석이 발달한 곳은 레퍼토리 시스템(공연작품을 매일 다른 것으로 바꾸는 시스템)으로 휴가철만 빼고 사시사철 공연하는 극장에 발달되어 있다. 입석을 사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의 대부분은 자주 구경하는 사람, 즉 오페라광들인 것이다. 어려서부터 객석에서 늙어가는 토박이나 음악전공자들이 대부분인 이곳은 무대 출연자들에게는 바로 염라대왕이 계신 곳이다.
이곳에서 갈채가 나는가 야유가 나는가에 따라 그날 공연의 성과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래서 「갈레리(입석 관객이 있는 곳)를 위해 연기한다」라는 관용어는 「대중에 아첨한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유럽극장의 객석 분위기를 보면 그들의 정치구조와 무관하지 않은 것같다.<조성진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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