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 명예·측근엔 실질적 힘 부여” 북한은 당 창건기념 5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9일 군 상층부에 대한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단행, 김일성사후 노골화하고 있는 군사국가로서의 면모를 더욱 분명히 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김정일의 이름으로 단행된 이번 군인사를 『원로에게는 명예를, 측근들에게는 실질적인 세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평했다. 군부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한편, 당 총비서와 국가주석 취임등 권력승계를 앞둔 예비적 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대체로 기존의 서열을 중시해 취해진 것으로, 향후 북한체제의 향방을 가늠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지난 2월 오진우의 사망으로 공석이 됐던 인민무력부장직은 군의 다음 서열자인 최광(당서열 8위)전군참모장에게 돌아갔다. 그의 서열은 상승하고 원수로 승격됐지만 오가 누렸던 제2인자로서의 권력은 지니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군의 핵심권좌인 총참모장과 총정치국장 자리가 계속 공석으로 남아있다는 점이 이번 조치가 「미봉적」성격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두 직책에 누가 임명되는가가 앞으로 북한군부 동향 가늠에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진우의 경우 인민무력부장직과 동시에 군부 통제기관인 총정치국장을 겸해 실질적인 군의 대부역할을 할 수 있었다.
최와 함께 원수로 승진한 이을설 호위총국장 등 혁명1세대 그룹은 앞으로 「허명」만을 지닌채 정책결정 1선에서 물러나게될 전망이다. 인민무력부장과 총정치국장직이 분리된 사실이 이같은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차수로 승진한 3명 가운데 조명록 공군사령관은 서열에 의한 승진이며 이하일 당군사위원은 김정일의 오랜측근이다.
그러나 김영춘의 차수승진은 야전지휘관의 돌출적 승진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그는 90년 군단장에 임명됐으며 김일성사망당시는 서열88위의 당중앙위원이었다. 이같은 야전지휘관의 대두는 지난3월 평양방어사령관과 전차군단장이 된 김명국 박기서대장이 당 군사위원이 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번 승진인사에 따라 김정일은 조만간 김일성만이 갖고 있던 대원수 칭호를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내용으로 볼 때 유훈통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권력승계도 늦춰질 전망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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