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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깊어지는 수돗물 불신/윤제용 아주대 교수(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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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깊어지는 수돗물 불신/윤제용 아주대 교수(녹색칼럼)

입력
1995.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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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객관적 수질조사와 오염 상수원 개선만이 해결책서너달 전의 일이다. 평소 수돗물을 불신하는 한 친구로부터 『수돗물을 안심하고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먹을 수 있다』 또는 『없다』는 단정적인 답변을 하지 못한 채 장황하고 모호한 설명만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답변 말미에 『아직 충분한 연구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명확히 말할 수는 없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그 친구는 답변이 몹시 불만스러웠던지 자신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뚜렷한 근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고 하듯 며칠후 국내 굴지의 정수기회사 판매사원을 데려왔다.

정수기 판매사원은 준비해온 자료를 펼쳐 보이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정수기로 정수한 물과 서울 경기지역 주민의 젖줄인 팔당원수의 수질검사를 비교 분석한 데이터였다. 이 자료에 의하면 놀랍게도 팔당원수에서 각종 농약성분등이 검출됐다.

판매사원은 환경공학자인 나에게 도의적 책임을 따지듯 『이렇게 오염된 물을 시민이 먹을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내 친구 또한 이 자료를 보고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졌을 것으로 생각돼 씁쓸했다.

그러나 이 분석결과는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나온것이 아니고 객관성도 인정할 만한 것이 못되었다. 환경공학자인 내가 평소 직접 팔당원수의 수질을 분석한 결과와도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이 이야기를 거론한 이유는 정수기가 필요하다고 선전하거나 수돗물이 그대로 먹을 수 없을 정도라고 불신을 확산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행정기관은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내 친구처럼 수돗물을 믿지 못하고 정수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문제가 있다.

수도행정 담당기관은 수질오염사고가 날 때마다 수돗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해왔다. 그러나 정수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확한 수질조사와 오염된 상수원의 수질개선만이 이같은 불신을 해소하는 길이다.<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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