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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슈피겔만저 「쥐」(우리시대의 신고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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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슈피겔만저 「쥐」(우리시대의 신고전:9)

입력
1995.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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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비극 생생히/92년 퓰리처상·구겐하임상 동시 수상『아티, 그런데 너 왜 우는거니?…친구? 네 친구들? 그 애들을 방 안에다 먹을 것도 없이 일주일만 가둬놓으면…그땐 친구라는 게 뭔지 알게 될 거다』

20세기 현대문명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그린 유대계 미국인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47)의 만화 「쥐」는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 블라덱 슈피겔만이 풍요의 땅 미국에서 자란 아들 아트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자 달래는 장면이다.

「쥐」는 작가가 78년부터 4년동안 아버지 블라덱(82년 작고)으로부터 녹취한 기록이 토대가 됐다. 샤워기에서 독가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살아 있음 자체에 감사해야 하는 시대를 헤쳐온 유대인가족사를 담고 있다. 92년 퓰리처상과 「출판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구겐하임상을 동시수상, 만화도 이만큼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전범을 보여준 「만화같지 않은 만화」이다.

유대인을 쥐로, 독일인을 고양이로 묘사한 「쥐」는 끔찍한 학살에 대한 아버지의 증언과 그것을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등 이중화법으로 진행된다. 즉 아우슈비츠와 현대 미국을 두 기둥으로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공포와 고통이 줄거리를 이끌어간다.

이같은 이중화법은 독자들에게 과거의 상흔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그것을 어떻게든 해석할 것을 요구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풀려난지 26년이 지나 자살을 선택한 어머니와 아직도 매일밤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는 아버지. 「쥐」가 만화라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 독자를 사로잡은 이유는 기적과 같은 생존을 부각하지 않고 기적을 이루지 못한 수많은 죽음을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 전편에 걸쳐 일관되게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

14세때 이미 미국 동부지역신문인 롱 아일랜드 포스트지에 연재만화를 싣기시작한 슈피겔만은 대학생일 때 마약에 빠져 히피족생활을 했지만 60년대 후반이후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시작된 전위만화운동의 선구자가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아름드리에서 2권으로 번역, 출간해 5만부이상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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