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 여건 연착륙 가능성 높지만 인력·자금난 등 가중되면 배제못해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현재의 경기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경기하강폭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반적 경제여건상으로는 내년이후 연착륙이 기대되지만 양극화속에 불황업종의 인력·자금난이 가중된다면 경기의 급랭·장기침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KDI가 발표한 「96년 경제전망」에 의하면 내년엔 설비투자 및 수출둔화가 두드러지면서 경제성장률이 올해(9.1%예상)보다 낮은 7.5∼7.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호황을 주도했던 설비투자는 올해 16.9%에서 내년 7.8∼8.1%로 낮아지고 수출증가율도 절반수준으로 떨어진다. 93년1월이후 시작된 현 경기(제6순환)는 내년초를 고비로 내리막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KDI는 그러나 경기하강의 모습을 「천천히 그리고 완만하게」진행되는 연착륙으로 예상했다. 80년대말∼90년대초 악몽처럼 경험했던 「과열뒤 급랭」현상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과도한 경상수지흑자가 환율로 흡수되지 못한채 국내유동성증가로 그대로 이어져 과잉통화 물가불안 지가폭등을 야기했던 80년대말의 거품경제와는 달리 지금은 경상수지적자속에 기본적으로 물가가 유례없던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올해보다 낮은 4.3∼4.7%로 예상했다.
확장말기가 대체로 그렇듯 내년에도 투자보다는 소비가 경기를 이끌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 버블(거품)시대와는 달리 금융·부동산등 자산가격이 안정돼있어 소비는 생산과 임금상승폭을 넘지 않는 선에서 「적정화」할 것으로 보인다. KDI는 이와 관련, 내년 민간소비증가율을 7.4∼7.7%으로 예상했다.
엔화약세로 수출은 둔화되겠지만 설비투자용 자본재와 수출용 원자재도입이 함께 줄어 수입은 주춤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적자는 내년에 50억∼60억달러선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전반적 경제흐름은 확실히 연착륙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최종적 연착륙까지는 몇가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최대 걸림돌은 역시 양극화로, KDI는 『호황업종은 축적된 자금여력으로 경기하강의 충격을 완화하겠지만 중소제조업 건설업 유통업등 불황업종은 자금·인력난가중으로 경기변동 적응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현재의 양극화는 향후 경기하강폭을 크게 확대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연구원도 『연착륙은 확실시되지만 서비스가격의 급상승과 성장률저하로 체감경기는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엔 대―중소기업, 중―경공업, 제조―건설·유통업이 동반호황, 동반불황을 구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순환국면에 관계없이 체감경기가 전혀 이질적이다.
그러나 불황업종지원을 이유로 자금살포같은 단기수혈방식에 의존한다면 양극화 개선에 앞서 안정기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 특히 선거시즌을 맞아 단기부양책들이 남발될 경우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도 배제할 수 없다. 확고한 안정성장 원칙을 전제로 양극화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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