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녹여낸 두대가 식지않는 창작 열정/과로로 입원할 만큼 혼신 이상향 묘사 30점 출품김기창전/모사품 충격 절필 아픔끝 화업 50년결산 회고전천경자전우리 화단을 풍요롭게 가꿔온 노대가 운보 김기창(81)씨와 천경자(71)씨의 원숙한 화풍과 만나게 될 두 전시회가 비슷한 시기에 마련된다. 운보는 11월10일∼12월10일 부산 롯데화랑에서 화랑개관 기념전으로, 천씨는 11월1∼30일 호암미술관에서 화업 50년을 결산하는 회고전 형식으로 각각 전시회를 개최한다.
천씨의 개인전은 80년이후 15년만에, 91년 「미인도 모사품」충격으로 인한 1년간의 절필을 거쳐 붓을 든지 3년만에 열리게 돼 의미가 크다.
93년 예술의전당서 열린 「팔순기념 대회고전」이후 2년만에 갖는 개인전에 운보는 우리나라 산하의 생동감을 힘찬 필치로 담은 청록산수와 민화에서 출발한 바보산수등 기발표작 10여점과 근작 10여점등 모두 30여점을 내놓는다.
7월부터 충북 청주시 북일면 「운보의 집」작업실에서 집중적으로 그림을 그려온 운보는 9월초에는 과로로 이틀간 병원에 입원할 만큼 작품제작에 열의를 쏟고 있는데 현재 전지 크기의 대작 8점정도가 완성됐다. 80년대 중반이후 매달려온 「서상도」계열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나타나는 순수하고 진실된 이상향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까까머리 시절부터 그려온 작품이 모르는 사이에 변해간 것을 보니 감회가 크다』고 말했다.
가짜그림 사건 이후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에서 두문불출하며 작품제작에 구슬땀을 흘려온 천씨는 『평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전시회라는 생각으로 모든 작품을 들춰내 꼼꼼하게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품작은 일본 도쿄미술학교 재학시절부터 최근까지 그려온 1백호내외의 대작 30여점과 70년대이후 세계각국을 돌며 독특한 풍물을 담은 4∼8호크기의 소품 70여점. 대작중에는 1944∼45년 선전에서 잇달아 입선했던 「할아버지」 「할머니」, 젊은 시절 절망과 좌절을 딛고 자신을 화가로 다시 태어나게 한 뱀그림 「생태」, 자살의 충동을 화폭에 옮긴 「자살의 미」, 장갑하나 그려 넣는데 3년이 걸렸다는 「이탈리아기행」, 큰 딸을 모델로 한 「누가 울어」시리즈, 한창 작업중인 초현실주의작품 「환상여인」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화려한 파스텔톤의 매혹적인 색조를 보여주는 그의 대표작이다. 남태평양, 아프리카, 유럽, 인도, 중남미등을 여행하며 그린 「흑인자매」 「창고지기 여인」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등 소품은 한국화의 화풍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섬세한 감각으로 일궈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최근의 작품경향에 대해 『전체적으로 슬픈 느낌이 강조된 분위기 속에 기법은 더욱 치밀해지고 색감도 화려해졌다』며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인생자체가 본질적으로 슬프다고 생각했고 이를 예술로 아름답게 승화시키고자 한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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