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여파 논농사 잇단포기 원인/당장 내년 쌀수급·물가영향 비상올해 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예년과는 달리 재해만이 이유가 아니라 우리나라 쌀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양곡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타결이후 쌀 생산 및 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식량소비량이 1인당 연간 2.4㎏가량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 논면적 감소율을 2∼2.5%선만 유지하면 쌀 수급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해왔다.
논면적이 줄어들어 쌀 자급률이 98년 96.5%에서 2004년 95.8%로 감소한다 하더라도 UR에따라 의무수입해야하는 쌀을 합하면 국내수요는 1백%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논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올해는 예상과 달리 지난해의 4.3%인 4만7천㏊가 감소했다. 이는 최근 연평균 감소면적 2만1천㏊의 2배이상에 이르는 규모다. UR의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화훼 과수 채소등 고소득 작물재배로 전환하는 것이 소득보장의 지름길이라고 판단, 논농사를 포기한 농민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정부는 또 개방화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단위면적(3백평)당 쌀 생산량을 92년 4백61㎏에서 오는 97년까지 4백86㎏으로 최대한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생산량은 UR협정직후인 94년이 4백59㎏, 올해는 4백51㎏으로 오히려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생산량으로는 식량용의 경우 자급에 필요한 양의 97∼98%를 충당하는데 그치며 가공용까지 감안한다면 자급률은 94∼95% 수준에 불과해 연내 수입될 의무수입물량을 합해도 당장 내년 쌀수급에 비상이 걸리게 된 것이다.
쌀 생산량의 감소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농가경제에는 물론 도시가계에까지 큰 짐을 지울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량부족으로 쌀 값이 올라가게 되고 전체 물가까지 자극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또 이미 1백4만섬의 쌀을 북한에 제공한 바 있는 정부로서는 적정재고량 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많은 농민들이 쌀값상승에 대비, 추곡수매보다는 집에 보관하다가 쌀값의 추이를 보고 일반판매할 가능성이 높아 내년도 양곡연도말(96년 10월) 정부보유량은 당초예상 4백23만섬보다 훨씬 적은 4백만섬이하에 머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적정재고량 6백만섬에 크게 미달할 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이 가구당 40㎏1가마씩만 비축해도 바닥이 날 정도로 불안한 수준이어서 가격상승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될 경우 정부는 식량용 쌀의 도입마저 고려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생산량증대등 쌀의 경쟁력강화방안 재정비를 서두르는 한편 국민들에게 어떻게 제때에 안정된 가격으로 쌀을 공급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양정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만 하게 됐다. 정부는 1백% 자급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어느 선까지는 확실히 확보하고 나머지 일부는 수입에 의존할 것인가를 선택해야할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박영기 기자>박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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