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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마니아들 “프로야구의 질은 내 삶의 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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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마니아들 “프로야구의 질은 내 삶의 질이다”

입력
199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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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신상서 감독의 작전까지 꿰뚫는 「박사급」/지방원정 응원·배트걸 자원 등 든든한 후원자프로야구가 장기레이스를 마감하고 플레이오프전에 돌입하면서 팬들의 흥분도 한껏 고조돼가고 있다. 야구장 스탠드를 가득 메우는 뜨거운 열기의 주역들은 단연 신세대 야구마니아들이다.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코흘리개때부터 야구에 열광, 이제 세월만큼 야구지식도 쌓여 웬만한 전문가를 뺨치는 이들은 농구경기장을 메우는 「오빠부대」류와는 질적으로 다름을 자부하고 있다.

3일 플레이오프 1차전 티켓을 사기 위해 잠실야구장 매표소에서 4시간이나 기다렸다는 김소영(20·한양대2)양은 서슴없이 『프로야구의 질은 내삶의 질이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김양의 야구에 대한 식견은 선수 개개인의 신상에서 감독의 용병술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대학에 야구학과가 있다면 강의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면 프로야구심판이나 기록원이 되고 싶지만 현실이 허락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OB베어스 팬인 재수생 김정익(19)군은 지난 2월말 3일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한 야구기록강습회에서 경기를 종이 한장에 담는 방법을 배웠다. OB가 우승했던 82년부터 지난해까지 OB의 모든 경기기록을 신문스크랩한 김군은 올해는 자신이 직접 쓴 기록지에 더욱 재미를 느끼고 있다. 당연히 기록지 스크랩북은 그의 재산목록 1호.

『야구는 인생과 흡사하다. 위기가 있으면 찬스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기회가 있다』 LG트윈스 동호회회장 이승백(28·대학원생)씨의 야구관이다. 그는 LG경기를 보기 위해 지방원정까지 가는 그야말로 「LG사람」이다. 그는 또 야구지식에만 만족하지 못하는 행동파이다. 이씨는 매주 일요일 상오 다른 팀 팬클럽동우회와 한양대운동장에서 야구시합을 펼친다. LG동호회의 올시즌 성적은 5승5패, LG의 성적과 같은 2위이다.

이씨는 용돈의 전부를 야구를 위해 쓴다. 올시즌에만도 잠실야구장에 70번이상 출입했고 LG의 지방경기도 8번이나 원정했다. 경기가 끝나면 반드시 동호인들과 함께 평가회를 겸한 회식을 한다. 또 TV나 라디오 중계가 없는 경기를 좀더 빨리 알기 위해 프로야구 속보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들 야구마니아들에게는 KBO에 등록된 4백73명 선수전원의 이름과 배번, 신상명세, 주요성적을 줄줄 외는 것은 기본이다. 2군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장래 성장가능성까지 줄줄 꿰고 있다.

이런 「야구박사」들은 PC통신의 야구동호회 「꿈의 구장」에 모인다. 회원은 3천여명. 롯데―LG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벌어진 3일. 쏟아지는 경기예상평은 상대팀에 대한 다소 감정적 표현서부터 선발투수예상등 전문적인 분야까지 망라된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안타가 터져나오면 이들의 대화열기는 용광로처럼 끓어 오른다. 양팀 감독의 작전을 훤히 꿰뚫고 컴퓨터안에서 경기전체를 분석하고 재해석한다.

이들중엔 해외파도 적지않다. 위성방송의 일상화와 함께 미국 메이저리그의 유명선수들의 성적까지 정통해 있다. 최근 컴퓨터동호회에는 4일 포스트시즌에 돌입한 메이저리그에 대한 정보교환도 뜨겁다. 이들은 미국의 야구전문 잡지, 국내전문서적을 탐독하며 식견을 넓힌다.

보다 현장가까이서 야구를 접하고 싶은 마니아들 가운데는 11월 KBO에서 한달간 열리는 심판학교를 수료하기도 하고 일부 여학생들은 경기장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배트걸도 마다하지 않는다.

야구를 사랑하는 신세대 야구마니아들로 인해 한국야구의 미래는 밝다.<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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