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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저자세” 비판에 신중 선회/당정 갈등·정치권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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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저자세” 비판에 신중 선회/당정 갈등·정치권 반응

입력
199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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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북요청전제” 강경… 야는 목소리 제각각대북 수해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민자당간에 한때 빚어졌던 마찰은 지금은 잠복기에 들어가 있다. 북한측에서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수해지원 요청을 하지않아도 지원을 하겠다던 정부측이 한발을 빼고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영삼대통령은 최근 수석회의에서 북한 수해지원 문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지시했다. 또 지난주 김윤환 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는 『공식 지원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대북 수해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김대표의 건의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은 정부측의 이러한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당의 주장이 관철된 것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민자당은 마음을 놓지못하고 있다. 정부가 또 언제 입장을 바꾸고 나설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의 이같은 의구심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 기인한다. 민자당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을 저자세 외교라고 비판해 왔다. 지난번 대북 수해지원문제를 논의한 당무회의에서 이웅희 김영광 양창식 의원등이 『정부가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불만을 떠뜨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민자당은 수해지원 문제에서만큼은 북한측의 분명한 태도변화를 확인한 뒤 지원을 해도 해야한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있다.

민자당의 이같은 강경자세는 정부의 성급한 대북정책에 대한 보수층의 비판적 여론을 크게 의식하고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자당은 특히 6·27지방선거 당시 『쌀을 수입해서라도 북한에 지원하겠다』고 한 김대통령의 언급이 선거참패의 한 요인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15대총선을 6개월정도 앞둔 시점에서 감표요인이 될 정부의 대북정책은 철저히 견제하겠다는 것이 민자당의 생각인 것같다.

대북 수해지원에 대한 야당의 목소리도 제각각이다. 국민회의와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대북지원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이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 남북관계 개선에 바람직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하지만 국민회의와 민주당도 정부가 대북지원을 서두르는 데는 남북정상회담 추진분위기 조성등 정치적 배경이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유화적 대북정책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자민련측은 북한이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지않는다면 수해지원은 물론, 여타의 지원도 해서는 안된다는 초강경입장이다. 수해지원 문제가 정부와 민자당간에도 조율이 어렵지만 정치권 전체에서도 의견을 수렴하기가 쉽지않음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이계성 기자>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현황/유엔 목표액 미달 1,300만불수준 그쳐/“긴급구호 성격” 장기 복구 지원 없을듯

북한의 수재민을 긴급 구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규모는 지금까지 유엔의 목표액 1천5백71만여달러에 못미치는 1천3백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유엔 산하기구, 국제적인 민간 자선단체및 각국 정부차원의 지원을 망라한 것이어서 앞으로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엔은 대북 지원 목적이 복구가 아닌 긴급구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구호차원을 넘어 엄청난 인력과 물자가 요구되는 장기적인 복구대책 마련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은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에 대한 지원은 주체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유엔 산하단체의 자체예산을 통한 지원액은 인도적지원국(DHA) 5만달러, 세계보건기구(WHO) 10만달러, 유엔아동기금(UNICEF) 5만달러, 세계식량계획(WFP) 5만달러,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4만달러등 모두 50만달러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HA는 북한의 수해지역을 직접 시찰한 뒤 1천5백72만달러를 지원한다는 목표액을 정해 각국 정부및 민간단체에 출연을 호소, 대북지원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DHA는 모금창구에 접수된 자금으로 중국등 북한 인근 국가에서 의약품 식량 의류등을 구입, 북한에 전달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연맹등 국제적인 민간단체가 유엔의 지원계획에 호응, 출연한 액수는 모두 5백만달러 상당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연맹은 자체예산으로 3백만달러 상당의 구호품을 북한에 지원했고, 이 밖에 미재난구호위원회(AFSC)와 말일성도예수교 재단에서 각각 10만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일본재단도 2만달러 정도를 기부했다.

유럽의 비정부 봉사단체인 「국경없는 의사단(MSF)」은 당초 의료진 파견등을 포함, 1백만달러 상당의 지원을 북한에 제의했으나 북한의 인력지원 거부로 지원규모를 50만달러로 줄여 의약품 의료장비등 현물을 보내는데 그쳤다.

지금까지 북한에 지원된 1천3백만달러중 유엔및 국제민간단체의 지원을 뺀 나머지 7백50만달러는 각국이 정부차원에서 지원한 액수다. 북한에 지원의사를 밝힌 나라는 20여개국. 중국및 스위스가 각각 2백만달러로 가장 많고 일본이 50만달러, 러시아 20만달러, 독일 7만달러순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밖에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오스트리아 인도 이란 핀란드등도 2만∼5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국 정부나 민간단체의 지원자금은 북한에 직접 전달되지않고 대부분 DHA를 창구로 현물화돼 전달되고 있다.<고태성 기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홍정길 남서울교회 목사/“어려움당한 동포돕는것은 당연”

북한동포를 돕는 이유는 지극히 당연하다. 이웃집에 불이 났을 때 불끄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물난리가 났을 때 피해를 당한 가정을 돌봐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그 사람들이 당한 불행 자체 때문에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먼저 요청하지 아니하면 도와줄 수 없다는 우리의 자세는 부자연스런 것이다. 상대편이 못돼먹었다는 것이 도와주어야 될 대상을 향해 도움 주기를 거절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을 보면 도움을 주기가 밉살스럽고 싫은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야 할 형편임에도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 사실 자체 때문에 도움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하물며 통일을 앞에 두고 북녘동포들이 어려움을 당한 현실을 보면서 돕지않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이해될 수 없다. 북한은 84년 우리가 당한 수해의 고통을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도왔다. 우리는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서로 말꼬리를 잡아 트집잡는 관계였다. 그러나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조금이라도 회상하면서 고마워하는 자세야 말로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온당한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도와야 하며 그럴때 통일의 대도는 열릴 것이다.

○이의선 평화문제연구소 상임이사/“남­북 입장 고려,유엔통해 지원을”

대북 수해지원문제에서 우리는 북한동포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면서도 북한 당국자의 책략도 극복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번 수해로 북한주민은 이중고의 생활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간 북한은 계획경제의 실패로 침체돼있는데 더욱이 93년 냉해, 95년 홍수로 식량부족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들의 배고픔과 추위를 예상해 볼 때 그 고통을 나눌 길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그들과 고통을 분담할 각오가 없이는 남북화해의 길을 열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명분론」과 북의 「체면론」으로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남북 당국이 합의해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정책당국자로서는 명분과 책임문제로 인해 새로운 구상이 나오기 어렵다. 남의 명분과 북의 체면을 고려한 지원방안은 현재의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국제기구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유엔의 구호물자로 배고픔과 헐벗음을 극복했던 50년대 우리의 일들을 회상하면서 대북 지원을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엔과 한국과의 특수관계를 감안한다면 유엔을 통한 지원활동은 한국의 명분도 세워주고 유엔에서 확보된 법통성과 정통성도 높여줄 것이다.

○오정엽 LG애드/“억류 우성호선원 송환 선결과제”

미증유의 수해를 당해 집을 잃고 배를 주리고 있는 북한동포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쌀지원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북한당국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는데도 저자세로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한당국은 1차 쌀지원때 우리 쌀을 싣고 간 씨아펙스호를 불법 억류했고 피랍된 우성호 선원이 죽고 다친 사건에 대한 명백한 해명도 없이 선원들을 억류하고 있다. 북한은 핵 협상에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워 국제사회에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28일 열린 50차 유엔총회에서도 『남한당국이 북한과 남한 주민과의 서신교류와 전화통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유엔 회원국으로 국제관례상 2백만달러 상당의 지원물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인도적 의사를 밝혔다. 동포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나름대로 성의를 다한 자세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제공한 쌀 가운데 얼마나 많은 양이 북한주민들의 입에 들어갈지 의문스럽다. 상당량이 군량미로 비축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쌀이 명분도 없이 북한당국의 정권유지용이나 군량미로 전용되기 전에 북한측의 지원요청을 확실히 확인하고 원산지 표시문제, 수혜창구 정부단일화등을 명백히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이유진 이화여대 불문과 2년/“정부아닌 민간단체통한 원조를”

대규모 홍수와 콜레라등의 만연으로 북한 주민들은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유엔 합동조사단이 피해상황 조사에 나섰고 세계 각국에서 지원금을 제공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한 민족으로서 팔짱을 끼고 지켜볼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순수한 동포애를 발휘하기에는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태도가 너무도 뻔뻔스럽게 여겨진다. 쌀 원조에 감사하기는 커녕 비웃음과 조롱을 담은 발언을 서슴지않는 당국자도 있다. 우리측이 선결과제로 내세우는 우성호 선원과 안승운 목사 송환문제는 계속 외면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오랜 당면과제로 여겨왔다. 또한 그것의 궁극 목표인 통일을 위해 북한측의 오만한 태도에 항상 「원칙보다는 양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쌀 원조 협상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면 그것은 우리 정부를 무시하는 북한의 태도를 묵인하는 결과밖에 되지않는다. 정부는 기만적인 태도와 적대감을 버리지않고 있는 북한측에 이제라도 무조건적인 양보보다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할 것이다. 북한이 변하지 않는한 돕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민간단체를 통한 원조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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