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비 결국 백해무익” 판단/앙금깊어 여진은 계속될 전망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보수논쟁」이 양당총재를 겨냥한 전력시비공방 등 곁가지로 흐르면서 피차 감정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또 양측은 이번 싸움이 백해무익한 소모전이라고 판단한듯 일단 더이상의 확전은 피하겠다는 태도이나 독설을 계속했다.
전날 5·16쿠데타 전력을 들어 김종필 총재에게 직격탄을 쏘았던 국민회의측은 3일 『지금은 야권공조가 필요한 때』라며 『김영삼정권만 돕는 이전투구를 그만하자』고 일단 자민련에 「휴전」을 제의했다. 하지만 『쿠데타를 주도하고 공작정치에 앞장선 장본인은 보수를 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김종필 총재의 「사상문제」를 언급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했다.
박지원 대변인은 이와관련, 『우리는 김종필총재의 사상관계등은 물론 너무나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며 『김총재는 김대중 총재에 대한 지난 대선에서의 용공음해와 관련, 국회본회의장에서 사과까지 한 분』이라고 자민련에 대한 「경고」를 빼놓지 않았다.
반면 자민련은 이날도 『김대중 총재가 6·25때 해상방위대 전남지역 부사령관을 지냈다』는 국민회의측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김대중 총재의 「정계은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또 김종필총재는 『공산주의가 없어지면서 너도나도 보수라고 하니까 보수가 뭔지 이야기가 되고 있다』며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허상에 놀아나서는 안되고 실상을 알아야 한다는 뜻에서 생각의 일단을 얘기한 것』이라고 「보수논쟁」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안성열 대변인은 『김대중 총재가 정계입문이래 언행불일치의 표본역할을 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거짓말하는 정치인은 누구를 막론하고 스스로 물러나거나 자숙해야 한다』고 김대중총재를 겨냥했다. 특히 박규식 의원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국민회의측이 주장하는 해상방위대는 6·25당시 우리 군대에 없었던 편제』라며 『김대중총재는 건국준비위 목포시 청년부장과 남로당산하의 민해청 청년부장을 지낸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자 국민회의측 당직자들은 사석에서 『군사쿠데타로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중앙정보부를 창설해 공작정치·용공조작을 한 김종필 총재는 보수라기 보다는 수구주의자』라고 계속 응사를 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논쟁이 진흙탕싸움으로 계속될 경우 가장 손해를 보는 쪽은 우리당』이라고 의식, 사태추이를 2∼3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자민련내에서도 박철언 부총재 등은 『내년 총선까지는 차별성 부각보다는 야권공조가 더 중요하다』며 「색깔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정치권관계자들은 『입만 열면 21세기를 얘기하고 민생문제를 강조해온 정치인들이 갑자기 이념문제를 들고나와 30∼40년전의 전력시비를 벌여 국민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보수중산층의 표를 겨냥해 벌어졌던 「보수공방」은 당분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겠지만 양당 모두 「보수」깃발을 내걸고 있는데다 이번에 쌓인 앙금도 많아 총선까지는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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