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령 지연 전달·협상 정보 사전유출 여부 등/양부처 오랜 주도권다툼… “예고된 일” 지적/통상라인 전면정비 여론 일어한미 자동차협상 과정에서의 불거진 부처간 불협화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무부와 통상산업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우리측 협상안의 사전유출 및 정부훈령의 지연전달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관계기관이 이에대한 내사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기관이 관심을 갖고 있는 내사 내용은 ▲양부처간 주도권 다툼내용 ▲외무부의 훈령 지연전달 경위 ▲협상정보의 사전유출의혹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부와 통산부는 이같은 의혹에 각각 『불협화음은 전혀 없었다』고 공식해명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미자동차협상을 지켜본 재정경제원및 통상산업부의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사태가 관계기관의 내사로까지 이어질 충분한 정황증거를 갖고 있다』며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회담시작 4∼5일전에야 협상대표가 정해질 정도로 외무부와 통산부간의 협상주도권 다툼이 치열했고 훈령의 지각전달 역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협상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관계기관이 진상파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훈령 지각전달은 우리측 협상대표단과 합의를 거치지 않은 미국측의 초안이 외무부측에 사전 전달된데서 비롯됐다. 이 초안은 6개 쟁점사항에 양국이 잠정 합의한 내용을 미국측이 정리해 놓은 것. 양국 대표단은 이 초안을 놓고 문구나 자구조정을 거쳐 최종 합의문에 서명토록 돼있었다. 그런데 협상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외무부관계자는 양국 대표단이 문구조정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초안을 본부에 서둘러 보고한 것이다. 대표단장인 통산부의 한영수 통상무역3심의관은 초안이 외무부에 전달된 사실조차 모르고 미국측 대표단과 문안정리작업에만 빠져 있었다. 이 초안을 받아본 외무부는 즉시 『이같은 굴욕적인 협상문에는 합의할 수 없다』며 회담결렬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뒤 협상대표단에 통보했다. 협상대표단은 합의문을 정리하던중 결렬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한심의관은 결렬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공식해명). 통산부는 외무부의 협상결렬통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를 조정하는데 진땀을 뺐다.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은 정부의 훈령을 최종확정하기까지 외무부를 중심으로 한 다른 부처의 관계장관들과 전화통을 잡고 1시간이상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미국의 슈퍼301조에 의한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지정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우리정부의 훈령이 워싱턴의 협상테이블에 전달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불협화는 협상전에 예고돼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무부와 통산부의 통상협상 주도권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한미자동차협상에 대한 시각차이도 현격했다. 외무부의 경우 미국의 강압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고 세계무역기구(WTO)로까지 끌고가 우리측의 분명한 입장을 지키자는 것이었다. 반면 통산부는 한미자동차문제가 슈퍼301조나 WTO제소로 이어질 경우 유럽은 물론 일본까지 가세해 결국 지킬 것은 하나도 없이 모두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봤다. 특히 우리나라가 WTO에 제소될 경우 일본은 우리나라가 일본차의 수입을 강제로 막고 있는 수입선다변화조치의 해제를 물고 늘어질게 분명하다는 것이 통산부의 우려사항이다.
외무부와 통산부의 주도권다툼에서 비롯된 불협화는 우리나라 통상관련 조직의 비효율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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