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내년 총선 겨냥 중산층 끌어안기 공방/“쿠데타 주역” “왜 군대안갔나” 인신 공격까지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보수논쟁」이 극도로 가열되고 있다. 처음에는 서로 「수구주의자」「위장보수주의자」라고 규정하면서 공방을 벌이던 양당은 3일 김대중국민회의총재의 병역문제와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5·16쿠데타 전력등을 둘러싸고 서로 격렬한 인신공격을 했다.
자민련측은 이날 하오 안성열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김대중씨가 민주주의 운운하지만 군대에 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가 진정 이 나라를 지킬 투철한 애국심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 박지원 대변인은 이날 상오 『군사쿠데타로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중앙정보부를 창설해 공작정치를 일삼은 장본인은 보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대변인은 김대중총재의 병역문제에 대한 자민련의 공세에 대해 『김총재는 6·25당시 목포형무소를 탈출, 생명을 건졌고 해상방위대 전남지구 부사령관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것은 부언할 필요가 없다』며 『무슨 뚱딴지같은 트집인지 정서가 의심스럽다』고 반격했다.
이에 앞서 보수논쟁에 먼저 불을 지핀 쪽은 자민련이다. 김 자민련총재는 지난달 29일 아산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 『국가보안법 폐지와 전교조 합법화를 주장했던 정치세력이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색깔론」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그는 이어 같은날 부여군민회 초청만찬에서도 『야권 및 재야는 물론 김영삼정권 주변에도 색깔이 분명치 않은 흑색분자들이 판치고 있다』며 『중도보수 운운하는 그들은 모두 위장보수에 불과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총재는 이어 지난 2일에는 제천·단양지구당개편대회에서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총재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전교조합법화를 주장한 적이 있다』고 말한 뒤 『한국전 당시 기피하거나 달아나는등 행동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보수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양김씨」를 공격했다.
이에 국민회의측은 2일 설훈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자신의 옷은 그대로인 채 보수로 위장한다고 해서 수구가 은폐되지는 않는다』며 『국가보안법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극좌로 모는 냉전시대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반격했다.
이렇듯 정치권에서 보수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내년 총선과 관련, 보수중산층의 표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필 총재는 최근 김대중 총재와 민자당 최형우 의원등이 「보수노선」을 표방하자 자민련의 이념적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색깔론」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민회의도 김종필총재의 주장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도전」으로 간주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지금 추세라면 이같은 보수논쟁은 내년 총선에까지 수그러들지 않을 것같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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