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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이비붐세대 “은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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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이비붐세대 “은퇴 고민”

입력
1995.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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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전후부흥 일궈내니 어느덧 인생 고빗길/인구 30% 차지·속속 50대 진입 “조기퇴직 압력”/노후준비 없고 사회보장제·기업연금도 “흔들”「당신은 은퇴할 능력이 있습니까?」 미국 전체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사회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 사이에 은퇴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2차대전이 끝난 46년부터 64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이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은퇴를 준비해야 할 50대로 진입하게 됨에 따라 은퇴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은퇴후에도 이전과 똑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은퇴직전 소득의 70%상당의 소득원을 갖거나, 혹은 현재가치로 1백만달러정도는 벌어놔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계산이다. 베이비붐세대가 이같은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결코 긍정적이지가 못하다.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더글러스 베른하임교수는 『베이비부머들이 안락한 은퇴를 위한 돈의 3분의1정도밖에는 저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베이비부머들 스스로 느끼는 바도 크게 다르지 않다. 30∼49세의 베이비부머들을 대상으로 갤럽사가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안락한 은퇴생활을 보장해줄 만큼 재산을 갖고 있지 못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2년마다 한번씩 새차를 리스하고 비싼옷을 쇼핑하며 살아온 베이비붐세대들의 생활방식 때문에 미국사회의 저축률은 70년대 7.8%수준에서 90년대 들어 4.6%대로 떨어졌다. 최대한 결혼을 늦추고 아이도 늦게 가졌던 탓에 늙어서까지 자녀교육비에 묶여있게 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준비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2차대전이후의 경제황금기를 누려온 이전세대들에게 은퇴는 그다지 벅찬 과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베이비부머들의 은퇴환경은 이미 이전세대들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에 따르면 50∼55년 남성근로자의 평균 은퇴연령은 66.9세인데 반해 90∼95년에는 62.7세로 낮아졌으며 2000∼2005년에는 61.7세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업의 각종 원가절감노력에 따른 조기은퇴권고추세에 따른 것이다. 반면 평균수명은 현재의 82.5세에서 크게 높아질 것이므로 은퇴기간이 훨씬 길어져 그만큼 돈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흔히 사회보장제도 기업연금 개인저축은 안락한 은퇴를 보장해주는 「3각 지주」로 불려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 3각지주도 기우뚱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인구고령화, 불합리한 제도때문에 갈수록 조세부담은 늘고 수혜조건은 까다로워지고 있다. 81년만 하더라도 사회보장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65세까지 7년반동안 사회보장세를 적립하면 됐으나 이제는 10년을 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5년뒤 대거 은퇴하게 될 베이비부머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20조달러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지난해 현재 사회보장기금은 3조달러에 불과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29년에는 사회보장기금이 아예 고갈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연금도 마찬가지. 최근 대형 유통업체 K마트사는 29만명의 종업원에 대한 연금지원을 중단, 신규종업원에 대해서는 연금제도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법적으로도 15일전에만 종업원에게 통보하면 연금제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많은 기업들이 연금지원을 줄이는 추세다. 그나마 기업연금제도가 존재하는 회사는 전체의 40% 수준에 불과할뿐 나머지 60%에 달하는 중소기업 종업원들은 아예 연금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들은 연금제도가 없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개인은퇴계좌(IRA), 회사와 종업원의 공동투자를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401(K)제도」, 개인저축이나 주식투자 등을 통해 스스로가 살길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때 베이비부머들은 경제적 번영을 구가한 선대로부터 총 10조달러, 1인당 13만달러에 달하는 유산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계산에 취해 은퇴생활은 문제없다는 환상에 젖기도 했다. 그러나 10조달러라는 금액의 대부분은 극소수부유층에 돌아갈 몫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면서 환상은 깨지고 있다. 의회 예산실의 최근 계산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들이 상속받을 유산의 중간치는 요양원에 1년간 입원할 수 있는 돈밖에 안되는 3만달러에 불과하다.

물론 90년대 들어 나타나고 있는 저축률의 급격한 감소는 베이비부머들의 낭비의 결과가 아니라 이전세대들이 노후대책을 위해 자금을 인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하튼 베이비부머들이 십여년뒤 「덤프스(DESTITUTE UNPREPARED MATURE PERSONS의 합성어:대책없는 파산상태의 늙은이)」라는 치욕스런 명찰을 바꿔달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조짐은 여러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401(K)나 IRA등 노후생활을 목적으로 한 투자기금들이 활성화하면서 월가에 이들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금용상품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은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워싱턴=김준형 특파원>

◎인터뷰/미 은퇴자협회 마틴 시커 박사/“노후생활 자금·제2의 인생 위한 일 등 40대부터 철저한 은퇴준비·계획 필요”

3천5백만명의 회원을 지닌 방대한 조직인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은퇴자는 물론 은퇴를 준비중인 사람들에게 은퇴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AARP는 또 노령인구를 위한 각종 정책결정과정에 의회 및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로비단체이기도 하다.

AARP의 핵심부서인 노동정책부 책임자 마틴 시커(62)박사는 「은퇴는 창조적인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은 25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30여년의 일을 하게 되듯이 길게는 30년에 가까울 은퇴기를 위해서도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스스로는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베이비부머들은 높은 생활수준을 즐기며 사느라 은퇴준비에 등한해 왔다』며 『재정적인 준비와 더불어 어떤일을 함으로써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때』라고 충고했다.

『은퇴하기 전까지는 일과 직업이 동일시되지만 은퇴이후부터는 돈을 벌기 위한 직업과 정신적 육체적 만족과 건강을 얻기 위한 일이 분리되게 되지요』 재산이 많아 직업은 필요가 없는 사람이더라도 「일」은 그만둬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시커박사는 『은퇴는 돈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하고싶은 일 자체를 할 수 있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했다. 그는 『은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인생의 중반에 접어든 40대가 가장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자신의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얼마만큼의 경제적 능력이 가능하고 어떤일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데서부터 은퇴계획은 시작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시커박사는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들이 은퇴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은퇴자들을 방치함으로써 초래되는 사회적 낭비는 엄청나다』고 말했다.<워싱턴=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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