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흑묘백묘론」 수용민자당이 「연합의 정치」에 나서고 있다. 우호적인 인사들을 친여그룹으로 확실히 묶어두고 배타적인 세력들은 중립지대로, 중립적 인사들은 우호그룹으로 끌어들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권출범초 민주계가 여권 중심권을 장악, 개혁의 명분아래 구여권인사들을 솎아내던 이른바 「배척의 정치」는 지방선거참패라는 엄연한 현실앞에서 더 이상 설곳을 잃어가고 있다.
박범진 총재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정치는 현실이다. 우리 편이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명분도 공허해질 뿐이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핵심당직자는 물론 당전체에 널리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흑묘백묘론, 즉 「검든 희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최고다」라는 현실론이 대세를 형성해 가는 상황이다.
이런 기조에 따라 민자당은 크게 4가지 측면의 연합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지역연합에 비중을 두고 계층, 종교연합에도 적지않은 신경을 쓰고있다. 아울러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정책개발, 정치행태를 보여주는 「정서의 연합」도 시도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지역연합은 민자당이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이다.
표적사정 시비속에서 이탈한 TK(대구·경북)지역, JP(김종필)탈당등으로 이반된 충청권에 여권성향을 되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고있다. 고위당직을 지역별로 안배한 점도 지역연합의 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대구·경북(김윤환 대표), 경남(강삼재 총장), 인천 수도권(서정화 총무), 충청(김종호 정책의장), 서울(김영구 정무장관), 강원(정재철 전당대회의장)등의 당직구도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김대표등 당직자들이 대구 경북 충청지역을 수시로 방문하고 이북5도민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민자당은 계층의 연합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김대표는 한편으로 기업인들을, 다른 한편으로 노조인사들을 만나는가 하면 구여권인사 면담, 군부대방문을 하면서도 5·18단체 대표자들, 농어민단체의 의견을 직접 듣고있다.
또 전경련 상공회의소 중소기협중앙회 농협 광복회 노인정 고아원등 다양한 단체의 방문과 면담일정도 빡빡하다.
종교연합의 중요성은 민자당이 체험으로 실감한 부분이다. 명동성당, 조계사의 경찰력투입으로 종교인들의 마음이 여권으로부터 떠났고, 나아가 이들 종교인들의 전파력으로 반민자정서가 급속도로 확산됐다는게 민자당의 자체판단이다.
이에 따라 김대표는 송월주 조계종총무원장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 월하 조계종종정 등을 차례로 면담하는등 종교계에 기울이는 민자당의 정성은 상당하다.
정서의 연합은 겸손으로 요약된다. 민자당은 「개혁에 따라오라. 그렇지 않으면 수구반동이다」라는 식의 정치기법이 민심이반의 한 요인이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민자당은 『좋은 취지와는 달리 국민반감을 불러일으킨 발언, 정책이 적지않았다』며 대표적으로 「땅 가진 자의 고통」 「수입해서라도 북한에 쌀지원」등의 발언을 적시하고 있다.
이와관련, 한 당직자는 『앞으로는 국민의 심정을 헤아리는 정치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극단적인 표현, 강제적인 정책드라이브는 자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합의 정치를 통해 민자당은 여권결속의 수준을 넘어 여권세력의 확대라는 적극적 목표를 달성하려하고 있다. 그 노력과 의도가 반향을 불러올지, 아니면 혼자 치는 「고장난명」이 될지는 두고볼 일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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