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쌀과 일괄협상 고집/베이징 채널 사실상 마감「선우성호 송환」의 전제조건이 관철되지 않아 지난달 27일부터 계속된 베이징(북경) 제3차 남북 당국자회담이 나흘만에 결렬됐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30일 이번 베이징회담과 관련, 『처음부터 회담이라고 부를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쌍방 대표들의 입장에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30일 회담은 북한측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지만 우성호 선원송환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킬 태도를 보이지 않아 아무 성과없이 끝났다. 1일 상오까지 북측이 막판카드를 제시하지 않으면 우리 대표단은 이날중 철수할 계획이다.
우리측은 회담 첫날 ▲우성호 선원 송환 ▲대남 비방중지 약속 ▲김용순 노동당 비서의 쌀지원 폄하발언에 대한 사과 ▲안승운 목사 납북해명 및 송환등 4가지 조치를 요구했다. 회담 진행과정에서 우리측은 이중 우성호 송환과 대남비방 중지로 요구조건을 좁혀갔다.
반면 북한측은 1, 2차 회담에서 이석채 수석대표가 추가 쌀지원을 거론했던 것을 내세우며 먼저 쌀지원과 수해지원을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북한측은 우성호 송환과 추가지원을 맞바꾸는 식으로 일괄합의안을 만들 것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측은 우성호 송환은 이미 회담 시작전 북측이 취했어야 할 미결의 과제라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이미 제공한 쌀 15만톤에 대한 대응조치이지 추가지원과 연계할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우리측은 또 추가 쌀지원 문제와 수해지원 문제를 분리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해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적십자 접촉등 베이징회담과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리방침은 북측대표의 성격을 더 공식화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제공된 쌀 15만톤은 「조선 대외경제협력 추진위 고문」이라는 모호한 반관반민의 직함으로 줄 수 있었지만 앞으로 지원될 물량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북측 당국의 모자를 쓰고 나오라는 것이다. 이는 남한당국 배제라는 북한 기본노선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측의 이같은 강경자세는 북측의 다급한 사정으로 볼 때 조만간 양보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북한은 이번 베이징회담 결렬이후 상당기간 신경전을 벌인 뒤 성격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회담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지난 6월 개설된 베이징채널은 쌀 15만톤의 전달을 완료한 것으로 생명이 다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우성호 송환 과제는 앞으로 개설될 새로운 남북회담으로 넘어가게 됐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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