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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알려면 러시아를 알라”/이장훈 모스크바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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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알려면 러시아를 알라”/이장훈 모스크바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5.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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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를 뚫었으니 평양가는 길은 훤히 열렸다』지난 90년 9월 30일 역사적인 한소수교직후 나온 말이다. 이후 5년이 지났지만 모스크바에서 평양가는 길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에 대한 관심도 5년전의 흥분이 가신 만큼이나 엷어져 가고 있다. 그동안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도 냉랭하게 변했고 최근 군사지원 내용이 담긴 조―러 우호조약마저 폐기한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은 현저하게 줄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북한을 만든 국가가 소련이라는 역사적 사실마저 변한 것은 아니다. 3년전 모스크바에 부임했을 때 깜짝 놀란 것은 서울에서 TV를 통해 본 북한 모습이 바로 소련을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었다. 머리에 붉은 꽃리본을 단 유치원생들이 행진하는 모습은 얼굴 생김새만 달랐지 모스크바나 평양이나 다를 바가 없다. 교통경찰의 신호모습까지도 똑같다. 북한군은 모두 소련제 무기로 무장돼 있고 주요공업시설 대부분도 소련제이다.

그래서 러시아를 잘 이해하면 앞으로 통일이 됐을때 북한을 보다 손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우리 외교관들도 『러시아를 잘 연구하면 북한을 쉽게 알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수교당시 10여명에 불과하던 직원이 40명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대사관 규모는 훨씬 커졌지만 당시보다 외교활동을 눈에 띄게 강화했다고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재국 각계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문서고를 뒤지며 러시아를 알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기 힘든 탓도 있다.

한국대사관의 차량번호는 「124」로 시작된다. 이는 러시아가 수교한 국가들의 순번과 같다. 비록 수교차례는 1백24번째였지만 실질적 관계는「10」번 이내로 끌어올리려는 우리 외교관들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한―러 수교 5주년을 맞아 새삼 느낀다. 그것이 바로 북한을 더 깊이 알고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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