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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고전여행: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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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고전여행:26)

입력
199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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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가치는 재력·학식 아닌 도덕·진리에 대한 믿음에 있다”/관습적 결혼 반기·제도 속박 해부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서다. 이전까지는 여성이 한 인간으로 자아실현을 한다든지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경험의 폭도 좁고 교육도 받지 못했던 까닭에 지성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소설가 제인 오스틴(1775∼1817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가치는 재력이나 학식에서가 아니라 도덕과 진리에 대한 믿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표현한 영국 최초의 여류작가이다. 18세기 영국 중산층 가정의 전통과 풍습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는 만큼 영국에선 1백년이 지나도록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공영방송 BBC는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을 미니시리즈로 만들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영국문화원에 보급하기도 했다.

소설 「오만과 편견」은 영국 시골마을에서 딸만 다섯을 둔 베네트 가문의 가정사이다. 어느 집에서나 일어나는 대소사, 특히 결혼이 소설의 주요 흐름이다. 오스틴은 자신의 체험이 가정내에 한정돼 있던 만큼 집안일을 소설의 소재로 삼은 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인간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고 결혼과 사랑까지도 돈에 좌우되는 모습을 낱낱이 해부했다.

주인공인 둘째딸 엘리자베스는 미인은 아니지만 독서와 사색을 좋아하는 처녀이다. 소설은 옆집에 돈 많은 빙글리가 이사오면서 시작된다. 어머니 베네트부인은 딸들을 빙글리에게 시집보내고 싶어한다. 엘리자베스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딸들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돈 많은 빙글리에게 관심을 보인다.

빙글리의 친구이자 귀족인 다시는 엘리자베스에게 호감을 표현하지만 은근히 남을 무시하는 태도 때문에 불쾌감만 주고만다. 우여곡절끝에 엘리자베스가 다시의 진심을 알게돼 결혼을 한다는게 소설의 결말이다.

뻔한 줄거리지만 이 소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있는 인간의 천박한 욕망등을 극명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엘리자베스와 다시의 밀고 당기는 사랑싸움은 요란하지 않으면서 아름답다.

오스틴은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시점에 제도나 규율의 틀로 묶을 수 없는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을 드러냈다. 또 관습적인 결혼제도에 반기를 들고 인격과 인격의 만남을 강조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에서 페미니스트 작가라는 칭호도 붙는다.<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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