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29 양일간 진행된 올해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해마다 눈에 띄었던 노조의 한은독립 요구 시위가 사라졌다. 지난해 나붙었던 「중앙은행 독립을 보장하라」는 플래카드와 피켓도 찾아볼 수 없었다.한은으로선 국감자리가 독립의 숙원을 호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올해 국감은 오히려 독립에 대한 거론조차도 껄끄러운 자리가 되어 버렸다.
국감 현장에서 질의에 나선 많은 의원들은 신임 이경식 총재에게 한은독립에 대한 소신을 밝히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소신은 뚜렷해 보였지만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정부의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있다』는 말로 완곡하게 반대입장을 밝혔지만, 이 대답을 끌어내기까지는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이 필요했다.
올봄 정부의 한은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뜨거운 논쟁을 생각하면 이같은 국감 분위기는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당사자인 한은은 이 문제를 먼저 꺼내기는 커녕 의원들이 거론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한은이 이같은 상황에 처한 것은 바로 부산지점의 지폐유출사건 때문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올해에도 국감에 맞춰 독립요구 시위를 하는 방안이 검토되긴 했으나 지폐유출사건으로 인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안할때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폐유출사건은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준것 못지 않게 한은 직원들의 자존심에 그만큼 큰 상처를 냈다. 해마다 내 걸렸던 독립요구 플래카드가 사라진 것은 한은의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지폐유출사건으로 한은이 지나치게 위축돼 마땅히 할 말도 못한다면 더욱 큰 문제다. 한은이 하루 빨리 이 사건을 극복하고 신뢰를 다시 회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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