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주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보고 근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충주댐에서 데이트하던 남녀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공기총을 쏴 중상을 입히고, 여자를 성폭행한 27세의 남자가 경찰에 잡혔는데, 그는 지난 90년 북한군 중사로 휴전선을 넘어온 귀순자였다. 범죄자체는 흔한 유형이지만, 북에서 온 귀순자가 5년만에 흉악범으로 체포됐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었다.그는 귀순한후 정착금 3천만원과 주택자금 4천7백50만원을 받고, 자동차 서비스회사 홍보요원으로 일자리를 얻어 새출발 했다. 92년 결혼하여 두 아들을 두었으나, 회사의 기구축소로 실직한후 비디오 가게를 열었다 실패했고, 공장 잡급직원으로 일하는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얼마전 음성군에 있는 5천7백만원짜리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잔금중 7백만원이 모자라 고민해 왔다고 한다.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일들은 그 이전에도 일어나고 있었다. 94년 시베리아의 북한 벌목장을 탈출하여 서울에 온 벌목공 20여명은 직업훈련원에서 차량정비등의 기술을 배우게 되자 『망명대우가 고작 직업훈련이냐. 앞서 귀순한 사람들처럼 정착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그들중 일부는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술에 취해 여직원을 희롱했다.
그같은 일들은 우리가 막연하게 걱정하던 통일후의 갈등을 앞당겨 보여준다. 헤어진지 50년만에 다시 살림을 합쳐 남북이 한 식구가 된다는 것은 감격과 환희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많은것을 감당하고 인내해야할 쪽은 우리라는 것을 각오한다해도, 범죄의 뒤치다꺼리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물론 범죄는 남북한 사람 모두가 저지를 것이다. 귀순하여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한 북한출신 청년은 남한의 친구에게 사기당해 은행예금을 몽땅 털린적이 있는데,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을 속이고 등치는 범죄가 적지 않을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고있는 중국의 조선족들이 흔히 당하는 인권유린·성폭력·사기 등을 보면서 통일후를 근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통일은 밝고 어두운 여러 얼굴을 갖게 될것이다. 통일준비는 여러 각도에서 섬세하고 깊이있게 진행돼야 한다. 따뜻한 남쪽나라에 온지 5년만에 흉악범으로 전락한 귀순자, 그를 일단 적응실패자로 분류한다면 더 많은 실패 더 많은 갈등을 막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언제 어떻게 올지 예측하기 힘든 통일, 모든 민간단체와 시민들이 어떻게 통일에 기여할지 연구할 때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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