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을 방문한 한분이 『그렇게 길이 넓고 차가 적은데도 제한속도를 지키는 미국인들의 준법정신에서 감명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운전자들이 시속55마일(88)이라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제한속도를 크게 넘지 않는 것은 실은 단속에 걸렸을때 치러야 할 엄청난 대가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적합할 것이다.자동차의 나라답게 시원스레 뚫린 도로를 감탄하며 속도를 즐기다간 길옆에 감쪽같이 숨어있던 순찰차가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맞은편에서 오던 순찰차가 홱 U턴을 해서 단속을 하기도 한다. 뒤따라오던 승용차가 갑자기 사이렌을 지붕위에 얹고 경찰차로 둔갑하는데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많게는 1백달러씩 하는 벌금딱지를 받으면 입맛이 싹 가시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위반사실은 보험회사로 통지돼 보험료가 훌쩍 뛰어오른다. 교통국에서는 벌금과는 별도로 벌점을 계산, 과징금을 부과한다. 위반사실은 3년동안 보험료와 벌과금계산에 꼬박꼬박 적용된다. 어디 그뿐인가. 「죄과」에 따라 받게 되는 교통안전교육비용도 원인제공자인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도 만만치가 않다. 한장의 딱지때문에 이래저래 1천달러를 훨씬 넘는 「큰 재산」을 날리는 경우가 적지않은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어지간히 강심장이나 갑부가 아니고선 속도를 지킬 수밖에 없다. 기자도 몇번 함정단속의 표적이 됐지만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는 속도위반에 대해 이같은 함정단속과 무거운 벌금이 갖는 예방효과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초행길이면 누구나 아차하는 순간 차선을 위반하기 쉬운 곳에 숨어있다가 딱지를 떼는 야비한 단속을 본적은 없다. 함정단속에는 미국경찰 못지않은 것으로 정평이 난 우리나라 경찰들이 고속도로에서는 왜 잘 보이지 않는지 새삼 궁금해진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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