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선이 악을 능가하는 사회(이현재 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선이 악을 능가하는 사회(이현재 칼럼)

입력
1995.09.26 00:00
0 0

최근 여러가지 사회악에 대해서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사례가 많다. 인간사회는 개성과 사고가 다른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행동양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사회에는 선행도 악행도 함께 공존하게 마련이다. 원래 맹자에서 보는 바와 같은 성선설과 순자에서 보는 바와 같은 성악설이 갈라져 있는 것도, 인간은 선한 일과 악한 일 모두를 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체념적인 말은 아니지만 사회악이 완전히 제거된 이상향의 실현은 한낱 환상으로 느껴지기까지도 한다.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터전인 우리 사회가 큰 테두리의 질서가 확보되면서 유지 발전되는 것은 부정적 현상보다는 긍정적 현상이, 소극적 사례들보다는 적극적 사례들이, 악보다는 선이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존하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에 의해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갖가지 분석이 나와 있고 다양한 치유책도 제시되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사회의 도덕적 억제기능의 쇠퇴, 전환기적 아노미현상의 보편화, 교육기능의 쇠퇴, 청소년문화의 퇴화, 산업사회의 고도화에서 오는 인간소외, 상대적 부유화에서 오는 긴장감의 이완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요인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각종 대증료법을 쓰면서, 장기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같은 감각, 같은 적극성을 가지고, 그 시정에 대한 집념과 의욕을 큰 국민적 흐름으로 만들어 나가야만 할 것으로 믿는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 미국의 프랑크 부크맨목사가 제창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도덕재무장운동(MRA)을 생각해 보게 된다. 한 마디로 각국이 살상무기를 가지고 무장을 해서 적에 대항하려 하는데 대하여, 도덕으로써 무장하여 대응해 나가야 옳다는 것이 이 운동의 주창이다.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사회악 또는 사회적 범죄의 소탕은 경찰장비의 무장이나 사법적 기능만을 가지고서는 최종적인 성공을 거둘 수가 없다. 국민의 투철한 공동체의식, 시민의식에 입각한 도덕및 질서의식의 무장만이 이에 대한 궁극적 해결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사회에는 우려할만한 부도덕이나 악의 발호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질량에 있어 이를 훨씬 능가하는 선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유지되어 가고 있다. 노자는 「선행무철적(선행은 흔적이 없다)」고 하였거니와, 다만 선행이란 그 속성상 악행에 비해서 말초적 충격을 덜 주거나 덜 선정적이어서 제대로 인식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 사이의 대화에서나 언론매체에 나타난 선행과 악행, 도덕적인 것과 부도덕적인 것들의 출현빈도나 취급분량으로 볼 때, 분명 전자들에 비해서 후자들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필경 화제가 지니는, 그리고 언론이 지니는 센세이셔널리즘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그 정도가 지나치면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회적 화제와 관심이 지나치게 패륜이나 부도덕한 사례들, 그리고 악행에 집중되는 경우 자칫 그것을 사회의 지배적 현상으로 착각케 하여 국민의 윤리의식이나 도덕감각을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반대로 화제나 관심이 도덕적인 사례들과 선행으로 집중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에는, 그것이 국민의 기본적 그리고 평균적 성향으로 정착화하여 반윤리·반도덕적 행위들은 소외되고 이단시되면서 명랑사회 건설을 용이케 할 것이다. 이 점 교육부문, 언론부문등의 사회적 역할을 크게 기대하고 싶다.

권선징악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서 자주 논의되곤 한다. 물론 악, 악행에 대해서는 이를 과감히 시정·교정해 나가야 하되, 선, 선행에 대한 관심과 권장은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믿는다. 앞에서 우리 사회의 흐름이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으나 그래도 악에 대해서 선이, 부정적인 사례에 대해서 긍정적인 사례가, 소극적인 사례에 대해서 적극적인 사례가 각각 능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고 그 운행이 가능하다고 지적하였다. 우리 사회에는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실제로는 선한 일, 도덕적인 일, 선한 사람들과 도덕적인 사람들이 훨씬 많다.

선이 부각되어 조명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압도적으로 커질 때 사회악은 쇠퇴하면서 선의 흐름으로 흡수되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 만인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다고 말하는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 나아가 도덕사회의 구현을 위해서 실천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일반국민에 대해서는 지도층의, 그리고 청소년에 대해서는 장상들의 솔선수범을 통한 유도가 절실함을 부언해서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전국무총리·학술원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