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5.09.26 00:00
0 0

지난 2월15일 새벽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3천7백짜리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12억명째로 공식 인정된 중국국민」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인구정책을 전담하고 있는 국가계획생육위원회의 계산으로는 원래의 증가추세를 그대로 놔뒀더라면 12억명째는 1985년에 출생하도록 돼 있었다. ◆이 위원회의 자랑은 「하나 낳아 잘 기르기」정책을 강력히 시행한 덕택에 그동안 2억명 이상의 출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한자녀 갖기 정책은 남아선호사상이 세계에서 가장 뿌리깊게 남아있는 중국사회에 갖가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대도시 중심가의 인민병원에는 태아의 성감별을 위해 임신부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병원은 물론 공식적으로는 감별을 거절해 돌려보낸다. 여자아이임을 아는 순간 인공유산이 거의 틀림없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조사를 분석한 한 문건은 89년 한해 동안 전국에서 출생했어야 할 여아 50만명 이상의 출생기록이 없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인공유산 유기 영아매매가 상습적으로 자행되고 그 결과 중국은 지금 남녀 성비의 심각한 왜곡현상을 빚고 있다. 그 정도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클린턴 미대통령은 얼마전 끝난 세계여성 회의에 언급하면서 『아직도 여자아기들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들이 있다』고 중국의 범죄적 여성차별을 비판했다. ◆강제적 산아제한이 없고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그래도 중국보다는 낫다고 할 만한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지난달 여성 최초로 고법부장판사가 된 이영애씨의 대답은 이렇다. 『남녀평등은 여성이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했을 때 실현되는 것으로, 참으로 먼길을 외롭게 걸어오다가 이제 한고비를 넘어선다는 느낌입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