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으로 교통 환경 물가를 먼저 꼽을 만하다. 찻길이 짜증나지 않을 만하고 대중교통 수단이 안락하며 보행이 편하면 교통은 훌륭하다. 맑은 공기 깨끗한 식수라면 더욱 좋다. 게다가 물가가 싸다면 금상첨화와 같다. 이만한 도시의 조건이면 달리 부러울 게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세계상위권으로 접근하고 있음이 통계와 조사자료로 거듭 확인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한국의 1인당 부가 세계 1백92개 나라 가운데서 44위에 이르렀다. 또 1인당 국민소득은 28위로 타이완(대만)정부의 보고서에 나와 있다. 성장률로 따지면 아시아 4마리 용중에서 빠른 편에 속한다. ◆하지만 달갑지 못한 상위권 진입은 골칫거리를 넘어 고통스럽다. 바로 물가가 그것이다. 서울의 생활비는 세계의 1백73개 도시중 20번째로 비싸다. 주요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유엔 직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통계청이 밝힌 것이다. 미국에서 비싸다는 뉴욕의 생활비보다 서울이 더 비싸게 든다. 아시아에선 도쿄(동경) 홍콩에 이어 세번째가 된다. ◆물가고의 선두는 대개 서비스요금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라고 한다. 그러나 서비스 분야는 구렁이 담넘어 가듯 소리없이 올라간다. 외식을 자주 하는 월급쟁이는 피부로 느낀다. 요즘 서울시청이 중심이 되어 소리 없는 물가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시청주변 음식점의 올린 음식값을 조사하고 인근 기업체 등의 협조를 얻어 외식 줄이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방법도 매우 구체적이다. 구내식당 이용을 권장하고 음식점엔 값의 인하를 종용하거나 유도한다니 얼마나 실효를 거둘 지 기대가 된다. 물가고에 대항하고 물가고를 물리치는 데는 관과 민이 따로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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