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시세 85년 240엔서 100엔대까지 하락/미 수혜일 피해 구도형성 합의정신 “실종”/달러가치 목표치없어 외환시장 투기장화85년 9월22일 미국 일본 서독 영국 프랑스 등 선진 5개국(G5)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뉴욕의 플라자호텔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미국의 84년도 무역적자가 「재정적자 확대→금리 상승→달러화 강세→무역적자 심화」의 악순환속에 최초로 1천억 달러를 넘어서고 보호주의 물결이 미전역을 휩쓸던 때였다. 당시의 외환시세는 1달러 2백40엔. 달러당 2백엔에 불과했던 구매력 평가에 비하면 지나친 달러화 강세였다.
G5 금융정책 책임자들이 국제수지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유도하기로 합의한 이른바 「플라자 합의」가 그래서 탄생했다.
그로부터 10년동안 달러화는 하락 행진을 계속했고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되살아 나면서 수출은 2.5배나 늘었다. 91년부터는 경기도 호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플라자합의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기에 불완전한 것이었다. 각국이 어느정도의 적정 환율을 설정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달러가치를 어느 수준까지 내릴 것인지 명시적인 목표치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외환 시장은 각국의 정책의지를 곁눈질하면서 거대한 환투기장으로 변해갔다. 투기꾼들은 미국의 은근한 저달러 정책에 편승, 외환시장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고 이를 막으려는 각국 중앙정부를 비웃었다.
최대 피해국은 일본이었다. 지난 3월 달러당 80엔까지 가치가 치솟았던 엔화는 달러당 125∼130엔 수준의 구매력 평가에 비하면 무려 40%정도나 과대평가된 셈이었다. 미국의 저달러 공세는 또다시 일본에 86∼87년과 같은 엔고불황을 안기고 말았다. 플라자 합의의 전제인 「공동 이익의 정신」은 껍데기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이라고 마냥 달러화 하락을 즐길 입장도 아니다. 발행된 달러의 50∼70%가 해외에 나가 있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에 대한 신뢰가 폭락해 해외 달러가 국내로 환류되면 미국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에 시달리게 돼있다.
실제로 미국의 자세도 최근 많이 달라졌다. 미국은 지난 4월만해도 독일과 일본이 달러화 부양을 위해 재할인 금리를 인하하면서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을 요구하자 『국내 경제를 희생하면서 외국을 위해 자선사업을 할 수 없다』고 일축했었다. 그런 미국이 최근 국제 공조체제에 적극 협력해 달러화를 103∼104엔대로 올려 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 통화위기의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플라자 합의가 불완전하고 유명무실하다는 증거다. 무역수지 대신 구매력 평가를 기준으로 적정 환율 목표치를 설정하는 방안 등이 최근들어 활발히 거론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