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유입 돈도 아직 소규모 그쳐내년부터 실시될 예정인 금융소득 종합과세방안이 확정되었지만, 자금시장은 며칠간의 동요끝에 금방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당초 예상에 비하면 자금시장이 순항을 하고 있는 셈이다. 뭉칫돈의 이탈현상도 우려했던 것과 달리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고, 회사채 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융기관의 자금사정도 이례적으로 좋아 통화채등 채권을 자발적으로 사들이고 있으며, 단기금리도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나 그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의하면 지난 6일 정부의 채권 종합과세 방침이 발표된후 급등세를 보였던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지난 16일 13.24%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20일에는 12.70%까지 떨어졌다.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도 지난 16일에는 13.25%까지 올라갔으나 20일에는 다시 12.95%까지 하락했다. 자금이동도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채권 종합과세로 된서리를 맞게 된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은 당초의 급격한 자금이탈 우려와는 달리 지난 6일 21조6천4백억원에서 18일에는 21조9천6백억원으로 3천2백억원이나 늘어났으며, 저축성예금도 같은 기간에 1백6조3천6백억원에서 1백7조5천7백억원으로 1조2천1백억원이나 증가했다. 또 종합과세대상으로 확정된 투자금융회사의 기업어음(CP) 매출잔액도 43조원에서 43조6천억원으로 늘어났다. CD의 경우 21조8천억원에서 21조7천억원으로 1천억원정도 줄어들었으나 이는 종합과세의 영향이라기보다 시중 자금사정의 호조로 인한 은행들의 발행 축소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증권사의 고객예탁금은 이 기간에 2조5천억원에서 2조8천억원으로 3천억원이상 늘어나 매일 4백억∼5백억원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금융권의 자금이탈이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증시 유입자금이 종합과세를 피하려는 뭉칫돈들이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자금시장이 이처럼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우선 뭉칫돈들이 마땅한 도피처를 정하지 못해 여전히 관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당국이 종합과세로 인한 금융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신축적인 통화운용과 채권발행물량 조절방침을 밝힌 것도 시장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이달중 총통화증가율을 16%대로 유지함으로써 6조2천억원정도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할 예정인데, 이는 지난달 총통화증가율이 14.7%에 불과했던데 비추어보면 매우 여유있는 통화관리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주 회사채 발행물량도 순증기준으로 당초 예정되었던 8천5백억원에서 4천5백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자금수요측면에서는 기업들의 돈사재기(가수요)가 사라진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반기들어 자금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당국의 통화관리 강화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고, 은행들이 올들어 당좌대출금리를 실세화함에 따라 과거와 같이 당장 불필요한 돈을 미리 끌어가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반기이후 경기둔화로 인한 기업들의 자금 실수요가 줄어든 것도 자금시장 안정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결국 자금시장을 둘러싼 수요 공급여건이 매우 안정되어 있는 가운데 뭉칫돈들이 마땅한 도피처를 찾지 못하면서 금융혼란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는 해석이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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