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2∼3시간 짜증 정체/경찰,빔 윤활유칠 등 방지고심19일 아침 서울 한강대교를 건너려던 시민들은 2∼3시간 이상 차안에서 짜증스러운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한달에 한 두차례씩 겪는 「자살소동」때문. 이날 상오 8시께 한강대교 아치 위에 김정호(35·노점상·경남 진주시 봉래동)씨가 올라가 『가출한 아내를 찾아달라』며 자해소동을 벌여 5시간 동안 2개차선이 통제된 것이다. 시민과 경찰에게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낭비시킨 김씨는 도로교통법 위반혐의로 즉심에 넘겨졌을 뿐이다.
그러나 잘하면 김씨는 한강대교의 마지막 「무법자」가 될 것 같다. 연간 수십건의 자살소동으로 골머리를 앓아온 서울시와 경찰이 이날 하오 마침내 48개 모든 아치빔에 윤활유 칠을 하는 「고육지책」작업을 13일만에 끝낸 것이다. 경찰은 당초 아치빔 하단부에 구조망을 설치하거나 날카로운 철침을 박는 방법을 검토했으나 관리상 어려움과 예산문제로 포기하고 이 방식을 고안해 냈다. 용산경찰서 김동수 방범과장은 『윤활유는 비용도 저렴하고 비에도 씻기지 않기 때문에 가끔 덧칠만 해주면 된다』며 『앞으로 특수장비를 갖춘 프로가 아니면 아무도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자살소동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경찰의 조치는 환영하면서도 윤활유칠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시민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장본인들을 5∼6일의 구류가 아닌 중범으로 다스리든지 경비를 강화하거나 보다 기술적인 대비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름다운 한강대교가 윤활유(그리스)칠로 더러워지고 먼지등 공해물질이 들어붙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강대교는 인도에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의 아치형 빔으로 돼 있어 자살소동으로 사회적 이목을 끌려는 사람들에겐 「메카」로 통했다. 해마다 20∼30건씩 벌어지는 자살소동의 동기는 경찰조사결과 ▲가정불화 36% ▲신병비관 33% ▲억울함 호소 12% 등 매우 개인적인 동기가 대부분이었다. 김씨의 소동은 올들어 18번째였다. 19번째 자살소동은 없어야 한다는게 시민과 경찰의 한결같은 바람이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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