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생활에서 참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봉사료(팁)다. 꽤 오래 미국생활을 한 사람들도 도대체 어떤 경우에 팁을 주어야 하는지, 준다면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 난감해 할 때가 많다.외국 걸음이 처음인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 친지는 한국사람들이 미국에 처음 오면 잘 가는 뉴저지의 어느 한식당에서 회식을 한 뒤 윗사람이 팁으로 남긴 돈까지 챙겨나와 여러 사람을 웃긴 적이 있다. 「깜박 잊고 두고나온 거스름돈을 야무지게 거두어왔으니 밥 얻어먹은 값은 했다」고 생각했던 이 친구는 두고두고 입도마에 올라 「설거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모 증권회사의 뉴욕 현지법인에 근무하는 대학동창은 업무관계로 뉴욕출장이 잦은 회사임원 때문에 거의 정기적으로 곤욕 아닌 곤욕을 치른다. 이 임원은 올 때마다 수고한다며 근사한 식당에서 밥을 사는데, 문제는 팁을 놓고 가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알고도 그러는 것인지 아예 팁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그러는 것인지 확인할 도리는 없되, 혼자서 어림짐작으로 밥값을 셈해보고 그에 「합당한」(식대의 15%정도) 팁을 상사가 알지 못하게 자리에 남겨놓고 나오느라 애를 먹는다.
팁이란게 어차피 관습이므로 딱 부러진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관례화해 있다고는 하나 제공되는 서비스가 시원찮거나 불만스럽다면 아예 주지 않는다해서 문제될 것도 없다. 뒤통수로 날아오는 눈 송곳을 모른 척할 정도의 배짱이라면 더더구나 문제될게 없다.
오히려 주위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우가 문제라면 더 큰 문제다. 팁을 주지 않는게 일반적인데 괜히 주어서 촌놈 취급받지나 않을까, 주기는 줘야겠는데 많이 주면 많이 주는대로, 적게 주면 적게 주는대로 상대방이 얕잡아 보는건 아닐까, 걱정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한가지는 알았으면 한다. 팁은 노동에 대한 배려일 뿐 적선이나 사회적 신분을 가르는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눈치볼 필요도, 우쭐해야 할 이유도 그래서 없는 것이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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