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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드레서」/속빈 강정처럼 사는 한국인 내면 응시(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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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드레서」/속빈 강정처럼 사는 한국인 내면 응시(영화평)

입력
1995.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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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리듬감·템포 연극적 특성 활용진짜와 가짜가 명확하지 않은 현실 속에 예술의 진실찾기 게임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최진수감독은 연극, TV드라마, 광고를 두루 거친후 이제 영화에 입문했다. 그탓인지 「헤어드레서」는 종래의 한국영화, 혹은 최근 유행하는 다른 영화와 느낌이 다르다.

「헤어드레서」는 독자성을 추구하겠다는 열망이 강하게 드러난다.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과거의 한국영화들과 공통된다. 유행에서 한 발 물러나 있으면서도 더 한국적이란 느낌이 들게한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빈 강정처럼 사는 한국인의 내면을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그리고 진지하게 응시하고 있다.

이 영화는 사건의 고리가 느슨하거나 약해서 관객이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차분하게 끌어가는 진행은 연극적인 느낌을 준다. 처음부터 요란하고 들떠있는 일반 영화와 달리 중반을 넘어가면서 특유의 리듬감과 템포를 갖는 연극적 특성을 이 영화는 잘 활용하고 있다.

또한 장치, 조명, 카메라 움직임등은 너무 현란하다고 할까. 이미지 중심의 조형성이 이야기를 더 지배한다. 이 역시 종래 한국영화가 간과했던 부분이다. 이미지 과잉은 이야기의 허약함을 위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미지는 이야기보다 중요하다. 이야기는 말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세트와 빛, 어둠, 색, 인물의 동작, 카메라에 의한 프레임 내의 움직임등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가짜이면서 진짜의 삶을 살아가는 앙리박 역을 맡은 안성기의 연기는 절정에 이른 것 같다. 안성기의 내면을 확실하게 드러낸 롱 테이크 장면은 신인감독이 대 연기자를 얼마나 잘 다루었는가 하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야기와 주제를 축약하는 이 장면 하나로도 이 영화는 평가받을만 하다.<정재형 동국대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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