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땔감부족에 산림파괴/홍수조절용 다목적댐도 없어북한수해의 규모가 예상보다 심한 것으로 유엔 조사단의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지난달 하순까지 계속된 사상최악의 집중호우는 북한의 노후한 수리·방재체계를 일거에 붕괴시킨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은 7월7∼15일, 7월26일∼8월12일, 8월17∼20일등 세차례 쏟아진 호우를 『1백년만의 폭우』라고 표현했다.북한이 세계기상기구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이 기간에 평북 구성, 자강도 희천의 강우량은 각각 1천3백㎜, 1천㎜를 넘어섰고 신의주도 8백㎜에 육박했다.
7월의 폭우는 올해의 장마전선이 북한지역으로 쉽게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8월의 폭우는 남쪽에도 수해를 가져온 저기압대가 북서에서 남동으로 내려 오면서 일어났다. 이 비구름대는 평북 청천강 유역의 평야지대에 장기간 머무르며 호우를 퍼부은 뒤 다시 남측 중부지방에 호우를 쏟았다. 이 호우의 강우량은 북측이 더 많았다.
이번 호우 이전에도 북한은 수재에 몹시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 통일원은 피해가 더욱 심각해진 것은 70년대 중반부터 식량증산을 위한 고육책으로 무분별하게 산악지대를 다락밭등으로 개간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비가 올 때마다 다량의 토사가 흘러내려 하상이 높아져 하천이 쉽게 범람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연료난으로 나무를 베어다 땔감으로 써 북한의 산은 대부분이 민둥산이다. 산에 나무가 없어 토사가 강으로 흘러들고 강은 하상이 높아져 쉽게 범람해 버린 것이다.
북한은 소련의 영향을 받아 수리관개 부문을 중시, 50년대 중반 이미 수로및 저수지등의 건설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전력난과 한해에 대비, 곳곳에 소형댐을 건설해 왔다.그러나 홍수때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본격적인 다목적 댐은 한개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흘러들어오는 토사를 준설작업이 따라잡지 못해 북한의 댐은 대부분 하상이 지나치게 높아진 상태라는 것이다.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수해는 단순한 하천범람일 뿐 아니라 이같은 부실한 댐이 갑자기 붕괴돼 마을 전체가 통째로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50년대 만들어진 저수지는 준설이 되지 않아 이번 호우로 대부분이 파괴된 것으로 보고됐다.
무엇보다 수해의 심각성은 북한당국이 비축식량과 비상의료품등 수재발생이후의 대비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콜레라등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했는데도 의약품이 부족해 예방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비축해 놓은 식량을 지난해 김일성사망이후 각종 정치행사 때 대부분을 써버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당국이 유엔에 보고한 바에 의하면 북한은 수해이전 1백97만톤의 곡물이 부족한 상태였으며 수해로 인해 1백45만톤의 곡물피해를 보았다.
북한의 수해 복구는 상당히 장기화할 것이 확실시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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