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상수도 등 기간시설 타격/집 10만채 파괴·댐 붕괴 마을 사라지기도/아동급식 못해 영양실조·질병만연 우려유엔 인도적지원국(DHA)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식량농업기구(FAO)등 유엔 조사단은 8월29일∼9월9일 북한을 방문,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 상황을 조사했다.
북한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북한은 지난 7월7∼15일, 7월26일∼8월12일, 8월17∼20일 호우에 따른 홍수로 국토의 75%에 해당하는 지역이 피해를 봤으며 농업생산에 심대한 손실이 나는 한편 의료·보건시설, 도로 교량 물 상수도등 주요 기간시설도 큰 타격을 받았다. 북한 당국의 추산으로 총 피해액은 1백50억달러에 이른다.
유엔 조사단은 9월1∼6일 황해북도 평안북도 자강도 신의주 등 압록강 분지 지역, 청천강 유역인 백천 안주, 평양 남쪽의 평산 린산 청계리 등의 수해 현장을 직접 시찰했다.
▷피해현황◁
유엔은 북한의 수재 상황을 직접 피해, 농업생산의 손실, 기간시설 파괴등에 따른 장기적 영향등 3개 범주로 나누고 특히 직접 피해와 농업 손실을 집중 조사했다. 북한측 집계에 의하면 가옥 9만6천3백48채가 파괴됐다. 피해 양상은 다양하다. 댐이 붕괴되는 바람에 가옥과 가재도구가 완전 유실되거나 한 마을 전체가 통째로 휩쓸리고 수많은 집들이 침수됐다. 조사단은 농토와 곡물이 몇겹이상 진흙에 덮이고 중소규모 저수지 대부분이 완파된 것을 보았다.
일부 피해지역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재민들은 옷가지 담요등 생필품들을 제공받지 못할 경우 혹독한 겨울을 나기가 힘들 것이다. 북한 정부에 의하면 개간할 수 있는 토지중 11억9천5백만㏊가 피해를 보았다. 이중 몇몇 토지는 홍수로 인한 토양 부식등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보았다.
북한 정부는 1만6천개소의 유치원중 4천1백20개는 홍수로 심한 피해를 보았으며 4천9백56개의 국민학교중 2천2백90개교, 4천8백9개 중등학교중 2천2백90개교도 심한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이들 건물 피해만도 1억4백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식량사정◁
북한의 연간 곡물 소요량은 7백63만9천톤이다. 홍수 피해전에도 북한의 95/96년 곡물 생산량은 5백66만5천톤에 불과해 1백97만4천톤의 곡물이 부족하다. 북한정부는 이번 홍수로 곡물 생산이 1백90만1천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 95/96년도 곡물부족량은 전체 소요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3백87만5천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대표단은 이를 독자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예상되는 부족량 3백87만5천톤 가운데 89만3천톤은 한국과 일본의 쌀지원과 태국으로부터의 쌀수입으로 충당되지만 그래도 필요량의 40%인 3백만톤이 부족하다. 북한 정부는 쌀의 경우 1백8만3천톤, 옥수수의 경우 81만8천톤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으며 저장 시설의 파괴로 인해 62만6천2백톤의 곡물이 유실됐다고 보고했다. 방문 조사를 토대로 유엔은 북한에서의 전체적인 농지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위해 노력했다. 전체 곡물 피해량은 1백7만5천∼1백45만톤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수치는 북한 전체 농지의 15∼20%가 피해를 보았다는 추정에 근거한다. 이는 북한 정부가 주장한 수치(저장고 피해량 감안)와 대략 일치한다.
북한당국은 많은 학교들이 신학기에 어린 학생들에게 제공해야할 급식 식량을 잃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에 따른 쌀부족량은 2만6천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동피해◁
유엔 조사팀은 다양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미취학 아동들의 영양상태는 원래 좋지 않았지만 이들의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가정과 육아원 탁아소등이 옥수수외에는 제공할 곡물이 없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보건 문제, 특히 호흡기 질환은 영양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임시 숙소에 거주하며 유엔 조사팀의 관찰을 받았던 비교적 적은 수의 아이들은 지치고 발육부진 상태였으며 날씨가 추워짐에 따라 심한 질병에 걸릴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전염성 질병에 노출될 경우 그들은 쉽게 중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수해지역의 아이들은 물에 탄 옥수수 죽등을 먹었다. 그러나 몇몇 아이들은 이를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해 칼로리 섭취량이 더욱 줄어 들었다. 특히 수해지역에서는 보건 서비스를 받기 힘들고 이 나라의 낙후된 음식물관리등으로 이유기의 아이들은 만성적인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보건·위생◁
상수도 시설이 파괴되는 바람에 주민들은 오염된 물을 식수로 이용, 설사병에 걸릴 우려가 높다. 그러나 북한정부는 설사병을 퇴치할 능력이 부족하다. 물이 오염됐을 경우 물과 음식으로 인한 질병, 즉 이질 결핵 장티푸스와 콜레라등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북한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몇달내에 발생할 공중 보건상의 문제점들을 예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에는 질병이 발생한 직후 이를 알아낼 수 있는 역학적 조사와 감시체계, 질병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국제사회는 10만가구의 북한 이재민을 돕기위해 식량및 의료기구 등 긴급지원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의복등을 생산하기위해 옷감 제공을 요청했지만 이는 북한 국내시장에선 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상되는 전염병중 특히 홍역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따라 어린이들에 대한 예방접종과 함께 감염지역에대한 방역작업도 실시해야 한다. 의약품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정부가 전통식 의약품을 긴급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당국은 이와함께 심각한 연료부족을 호소하면서 공공시설등 인프라복구도 늦춰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때문에 연료제공도 긴급지원품목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수해로 잃어버린 교과서등을 재인쇄하기위해 종이가 필요하며 이에따른 종이 소요 예상량은 1천톤으로 추정된다.<제네바=송태권 특파원>제네바=송태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