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업계 EDI 도입 붐/「전자데이터 교환」 신속·정확성 최대장점/시간손실 줄이고 효율적인 재고관리/발주서 판매까지 세일즈사이클 단축/서류왕래따른 비용·인건비 대폭절감물품결제에서 대금결제에 이르기까지 기업간에 발생하는 모든 서류왕래를 컴퓨터간 통신으로 대신하는 전자데이터교환(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이 미국업계에 급속도로 확산돼가고 있다.
대형업체들이 하청업체들에 직접 컴퓨터 네트워크를 접속해 데이터를 주고 받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EDI라고 할 수 없었다. 이 경우 검퓨터간 데이터교환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발주를 하고 그에 맞춰 하청업자들이 납품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수 있는 서류작업의 오류를 줄이는데 주목적이 있었으며 컴퓨터접속도 원청업자가 하청업자에게 터미널을 깔아주는 형식이었다. 하청업자는 단지 원청업자의 컴퓨터사용자에 불과할 뿐이고 이용하는 네트워크 역시 외부에 공개되지않는 것이었다.
이와는 달리 최근의 EDI는 공개된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대규모 통신회사나 컴퓨터업체들이 구축해놓은 부가가치통신망(VAN:Value Added Networks)을 사용해 기업간에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 인터넷을 이용할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업체든 이 VAN에 전자사서함을 설치한 뒤 ID와 패스워드만 받으면 EDI를 통해 다른기업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예로 A라는 백화점체인이 B라는 의류업체와 EDI를 통해 서류를 주고받을 경우 그 과정은 A가 B의 전자사서함에 물품주문서를 보내고―B는 물품주문서에 따라 재고확인등을 한뒤 인보이스(송장)를 A의 전자사서함에 보내며―A는 B가 보내온 인보이스와 자신이 보낸 주문서를 대조확인한 뒤 승인하고―B는 승인이 난 물품을 선적하는 시점에서 다시 A의 전자사서함에 선적통지서를 보내게 된다. 중요한 것은 각단계가 수작업이 아닌 컴퓨터포맷과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EDI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신속성과 정확성이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데이터교환이 거의 리얼타임대로 이뤄지므로 우편등으로 서류가 오갈 때 드는 시간손실을 줄일수 있고 서류분실의 위험이 없다.
시간손실을 줄인다는 것은 재고관리를 효율적으로 할수 있다는 뜻도 된다. 또 발주에서 판매까지 소요되는 세일즈 사이클을 단축시키는 효과도 있다.
미국내에서 주문받은 업체가 상대방 업체에 일반우편으로 인보이스등을 보내려면 한장에 우송료가 32센트(한화 약2백56원)든다. 속달우편으로 보낼 때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10∼15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EDI로 보내면 2센트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또 수작업을 통해 서류작성과 우송을 하려면 여러사람이 많은 시간을 들여야하나 EDI로 하면 컴퓨터 한대면 그만이다.
EDI의 또다른 강점은 대금결제가 신속히 이뤄져 현금출입상태가 크게 개선된다는 점이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과 타코벨등 패스트푸드및 슈퍼마켓체인의 물품구입및 공급대행업체인 푸드 서비스 퍼처싱사의 경영정보 시스템 책임자 보브 루이스씨는 『우편으로 서류를 주고받을 때는 물품공급자와 각 체인간의 대금결제가 약 10일의 시차를 두고 되었으나 지금은 즉시 이루어져 연간 절약되는 은행이자만도 80만달러나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EDI를 사용하지 않는 거래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엄청난 서류작업을 해야하는 백화점 또는 슈퍼마켓 체인점등에선 EDI를 이용하지않는 거래회사에 별도의 서류처리비를 요구하거나 EDI사용시한을 정해 놓고 이를 넘기면 제재조치를 취한다.
메이시, 시어즈, J C 페니등 미국내 거의 모든 유통업체들은 EDI를 사용치 않는 거래업체들에 서류 한장에 평균 50달러의 처리비용을 물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6개월 시한부 조건이다. 유예기간을 넘기고도 EDI를 설치하지 않으면 아예 거래를 끊어버린다.
미국의 대표적인 염가품 전문판매업체인 월마트와 K마트의 부침사는 EDI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 K마트보다 영세한 규모로 출발한 월마트가 EDI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지금은 외형·순익면에서 K마트를 압도하게 된 것.
뉴저지의 EDI컨설팅제공및 실행업체 큐 시스템즈의 대표 김승경(김승경·미국명 케네드 김)씨는 『지금은 EDI가 주로 동종기업간에만 이뤄지나 앞으로는 여러 업종을 포괄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간 뿐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홈쇼핑 홈뱅킹도 EDI가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DI 활용 현황/“물류시스템 발달” 운송업서 첫 도입후/슈퍼 체인·자동차산업등에 급속 확산
미국에서 EDI가 최초로 도입된 산업분야는 운송업이다. 국토가 워낙 넓은데다 물류시스템의 발달로 EDI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일찌감치 인정됐다.
운송업의 경우 물건은 이미 와 있는데도 선적목록조차 도착하지 않는 일이 발생해서는 곤란하다. 또 선주의 입장에서는 운송을 맡긴 물건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아는 일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물건을 실은 개별 트럭이 어디에 있는지까지 알려주는 EDI가 필수적이었다.
다음으로 도입된 분야는 대형슈퍼마켓 체인이었다. 야채와 생선등 물건 자체가 상하기 쉬운게 많고 저장방법도 다양하므로 발송과 도착정보가 즉시 확인돼야 했다. 바코드등 상품의 코드화도 같은 개념이었다. 슈퍼마켓 체인의 경우 각 체인에서 물품을 팔 때 바코드를 읽는 시스템까지 한꺼번에 연결돼 있는등 어느 분야보다 표준화가 잘 돼 있다.
자동차산업분야는 수많은 하청업체와 부품생산업체가 메이커측과 거래를 하기 때문에 처리 정보가 방대하다. 애프터 서비스 업체 역시 부품을 조달받을 때 표준화·코드화가 필수적이다. 그 밖에 보증이 필요한 목록들은 일련번호들이 매겨져 있는데 이를 문서화 할 경우 양이 엄청나 EDI를 도입하게 됐다.
제약산업과 화학산업도 EDI를 널리 활용하는 분야다. 특히 약의 원료를 만드는 회사들은 정부규정에 따라 원료마다 일련번호를 매겨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 원료를 사용한 약품은 모두 리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문서로 정리해선 추적이 불가능해 EDI를 이용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소매점에서 제품재고가 일정수준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적으로 물품이 공급되도록 하고 있다.
◎인터뷰/와이스너 프로덕츠사 앤디 자아씨/“10분이면 하루치 서류작업 끝내/유통업등 EDI사용 이젠 필수”
시어즈, J C 페니, 토이즈 러스, 타겟, 마이저스등 미국의 주요 유통업체에 신발류를 공급하는 기업인 와이스너 프로덕츠사(뉴욕 맨해튼소재)의 물품공급 총책임자 앤디 자아씨는 EDI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신속성과 정확성을 들었다. 그는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인보이스만 『매달 4천∼5천장에 이른다』면서 『EDI를 사용한 이후로는 하루 평균 10분만 들이면 거래업체들이 보내온 발주서를 받아서 확인하고 인보이스와 선적통지서를 작성해 발송하는 작업을 모두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컴퓨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가 교환되는 모든 데이터를 자동 판독해 처리해주므로 오류가능성이 없다』면서 『일반 서류가 오갈 때는 상대방이 서류를 받았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지만 EDI를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상대방이 컴퓨터로 검색하는 순간 데이터의 전달여부가 즉시 확인되므로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와이스너 프로덕츠사는 올 3월부터 자체 EDI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EDI대행회사에 데이터 서비스를 맡겼었다. 그러나 와이스너 프로덕츠사는 대행회사에 전량 서비스를 맡기기에는 서류작업이 너무 많고 경제적이지 않아 자체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EDI사용은 유통업등 몇몇 분야에서는 이제 거래의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 아니라 당위가 됐다』면서 『어떤 산업분야든 각 업체간에 서로 통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드는 작업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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