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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95 환상」 깨진다/설치과정 어려움/기능혁신 기대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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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95 환상」 깨진다/설치과정 어려움/기능혁신 기대밖

입력
1995.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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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값 상승압박/「한글판」 발표도 지연… 업체 영업전략 등 혼선/전문가들 “당분간 구입때 신중선택을” 조언「윈도95 대란」이 일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95」가 발표된 이후 PC업체나 사용자들이 모두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혁신적인 기능에 기대를 걸었던 사용자들은 설치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밋빛 환상에서 깨어나고 있다. 「윈도95」가 새로운 수요를 자극, PC시장의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던 PC업체들도 한글판 발표시기가 11월말이후로 미뤄짐에 따라 하반기 신제품개발과 영업전략 수립에 혼선을 빚고 있다. 「윈도95」가 기존의 PC사용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생겨나는 「지체현상」이다.

▷사용자 입장◁

지난달 24일 세계에서 동시에 발표된 「윈도95」는 국내에서도 출시 하룻만에 3천개이상이 판매되는 등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한글판 발표가 11월말 이후로 미뤄졌지만 하루라도 빨리 「윈도95」의 뛰어난 기능들을 사용해보고 싶은 욕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윈도95를 설치한 사용자들 사이에서 점차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말 윈도95 업그레이드버전을 구입한 임종범(고려대 3)군은 『막상 어렵게 윈도95를 설치하고 나니 어떻게 써야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뛰어난 성능을 이용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존시스템마저 속도가 저하됐다.

486급에 8메가바이트의 주메모리를 갖춘 임군의 PC는 윈도95 설치이후 작동속도가 현격하게 떨어져 사용하기가 무척 불편했다. 림군은 도스환경으로 되돌아가는 방법도 몰라 당황하다 결국은 「윈도95」 설치를 취소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10만원 이상 들여 구입한 제품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경우는 임군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설치할 때의 어려움과 윈도95에서 사용할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윈도95 환경에 맞는 응용프로그램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도스나 기존 윈도3.1에서 사용해왔던 것중 쓸 수 없는 것도 많다. 사용자들 사이에 『윈도95를 설치하는 순간 PC는 장식품이 된다』는 말이 돌 정도다.

최근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에는 윈도95 설치방법 및 기능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고객지원센터의 이홍일씨는 『대부분 설치상의 문제나 윈도95의 기능들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혁신적인 기능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이상과 윈도95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괴리에 그 원인이 있다.

▷PC업계 반응◁

32비트운영체제 시대를 선언하고 등장한 「윈도95」는 당분간 PC업체들에는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윈도95는 PC업체들에 원가부담 요인이 된다. 대형 PC업체들은 윈도95를 PC에 내장하기 위해서는 도스와 윈도3.X를 합한 것보다 20달러(약 1만5천원)이상 더 들여야 한다.

게다가 윈도95의 기능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펜티엄급의 CPU(중앙처리장치)에 16메가바이트이상의 주메모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PC사양도 고급화해야 한다. 이 경우 보통 PC 한대의 원가부담이 40만∼50만원이상 높아진다. 이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판매의 필수조건인 시장에서 PC업체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삼보컴퓨터 기술연구소의 김홍배 이사는 『하드웨어의 개선으로 단 5달러를 내리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며 『윈도95로 인한 원가상승 요인이 PC업체들에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윈도95 한글판 발표가 11월말로 미뤄지고 있어 신제품 개발에 혼선을 빚고 있다. 9월말에서 10월께 연중 최대성수기(4·4분기)를 겨냥한 신제품을 발표하는 예년의 경우를 따르자면 윈도95를 채용한 신제품을 발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글판 개발 이후로 신제품 발표를 미루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등 대형 PC업체들은 「윈도95」한글판 발표와 상관없이 10월말에서 11월초에 신제품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신제품 PC에는 기존제품처럼 한글윈도3.1이 내장될 것』이라며 『윈도95 한글판이 발표되면 즉시 이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경우 「윈도95」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PC구입을 미룰 우려도 있어 PC업체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진담 및 대안◁

윈도95로 인해 빚어지는 사용자들과 PC업체들의 혼란은 새로운 운영체제가 정착할 때까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윈도95의 혁신적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하드웨어, 응용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계획대로 한글판 윈도95 개발이 11월말에 발표된다고 해도 윈도95의 정착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현재 겪고 있는 혼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당분간 윈도95를 구입할 때 필요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또 주메모리부족으로 프로그램실행이 매끄럽지 못할 때는 무조건 PC를 교체하기 보다는 필요에 따라 시스템을 확장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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