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작 「예술…」지금은 세계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념의 시대에는 예술을 무기로 세계의 변혁을 꿈꾸었던 예술가들이 있었다. 기존 질서를 뒤엎고 파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예술가가 혁명을 꿈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나 예술과 정치는 결코 완전한 만남을 이룰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은 거의 예외없이 혁명의 대열에서 파문당했다. 르 클레지오의 「예술, 그리고 사랑과 혁명의 길」(고려원간)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거대한 몸집과 좌중을 압도하는 뛰어난 언변, 무절제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기질을 지녔던 멕시코 민중벽화가 디에고 리베라.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등 남다른 불운을 겪으며 사각의 캔버스에서 영혼의 자유를 추구했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 이 부부는 근대 멕시코화단을 화려하게 장식한 화가였으며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자였다. 클레지오의 책은 그들의 파란만장한 예술과 혁명의 길, 격정적인 사랑을 전기문 형식으로 담은 것이다.
르네상스시대의 프레스코벽화를 현대적 기법으로 되살려 「벽화파」라는 새로운 유파를 이루었고 「자본주의의 심장부」 뉴욕 록펠러센터의 벽화를 그리며 레닌의 초상화 새기는 것을 서슴지 않았던 디에고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원시적 순수함을 지닌 멕시코의 붉은 땅과 그 땅 위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이웃이었다. 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영구소장을 결정한 최초의 중남미 출신화가였지만 생애 단 한번 개인전을 열었던 프리다 칼로가 마지막 일기에 남긴 말은 『행복한 퇴장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길 바란다』는 두 마디였다.<박천호 기자>박천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