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연휴다. 2천8백만의 귀성전쟁으로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그러나 올 추석은 그동안 각종 대형사건 사고가 계속된데다 엄청난 수재마저 겪어 예년에 볼 수 없던 쓸쓸함이 있다. ◆중추절이라고도 부르는 이 명절은 신라시대부터 시작됐다. 가배란 별칭에서 가위로도 변했고 예기의 춘조월추석월에서 추석이란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이때가 되면 모든 곡식이 익고 과실은 살찌며 채소가 구비되고 날씨마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연중 최고의 날로 꼽힌다. 햅쌀로 술과 떡을 빚고 오색과일을 갖추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엔 윤달이 끼어 일찍 추석이 찾아든데다 특히 수재로 곡식과 채소가 채 여물지 못했고 이 때문에 농산물의 가격까지 폭등해 주부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배추 1포기에 1만원이란 값에 「할 수 없이 산다」는 주부보다 「차라리 포기했다」는 주부가 단연 압도적이다. 그나마 대부분이 외국 수입품이라는 데서 서운함마저 느껴야 하는 우리 주부들이다. ◆몇해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지만 신세대의 등장에 따라 다례(차례)상의 식단도 간단하지만은 않다. 떡과 유과는 빵이나 피자로, 대추·곶감은 바나나나 귤로 바뀌어지고 있는가 하면 이젠 부침개와 김치류마저 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신세대 후손들이 외면하고 있고 남기면 오히려 아깝기 때문이란다. 최근의 한 조사는 전통예절에 어긋난 제수품목이 40%를 넘고 있고 외국산 점유율은 무려 80%에 이르는 것으로 밝혔다. ◆가족과 함께 휴양지 호텔 콘도에서 돈을 주고 산 차림상으로 차례를 지내는 것쯤은 예삿일이 됐다. 올해의 추석에 유독 온고지신과 정성을 되새겨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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