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힘 과시불구 외교고립 가속/제3세계 핵개발 부추길 우려프랑스가 세계의 들끓는 비난여론을 외면하고 5일 끝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핵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번 핵실험이 국제사회에 끼치는 파장과 의미는 지난달 실시됐던 중국의 핵실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92년 서방국가중 처음으로 핵실험 유예를 선언한 장본인이었다. 이에 미국 러시아 영국이 잇따라 동참하면서 세계적으로 핵실험 억제 분위기가 조성됐고 내년에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을 체결하는데 촉매역할을 했다. 이같이 평화의 기류를 선도하는 것처럼 보였던 프랑스가 스스로 입장을 번복, 국제여론을 무시한 채 독불장군처럼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핵무기 추방을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이런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프랑스가 핵실험을 단행한데는 다목적 계산이 깔려 있다. 우선 미국 러시아에 비해 뒤떨어진 핵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군사안보상의 필요성이다. 프랑스는 내년 5월까지 계속될 이번 핵실험의 목적을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기존의 핵미사일 탄두인 T 75의 성능을 재검증하고 ▲노후해서 뇌관등의 성능발휘가 의심되는 다른 핵폭탄의 불량여부를 점검하며 ▲2002년 완성을 목표로 추진중인 컴퓨터 모의핵실험시스템(일명 팔렌계획)을 위한 사전준비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핵전문가들은 프랑스가 내년 하반기에 체결될 공산이 큰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을 앞두고 핵전략을 한차원 높이기 위해 신형 핵무기 개발등 모종의 숨겨진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볼때 이번 핵실험의 저변에는 「강력한 프랑스」를 지향하는 드골리즘이 깔려 있다. 프랑스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면서 유럽·아프리카의 맹주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자크 시라크대통령의 정치철학이다.
시라크의 의도대로 이번 핵실험을 통해 프랑스의 안보력이 강화될 지는 모르나 반면에 잃는 것도 많을 것이다. 지난 6월 핵실험 재개발표이후 프랑스는 이미 국제무대에서 외교 경제적으로 적지않은 타격을 받았다. 세계 곳곳에서 프랑스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져 경제적 피해를 보았고 유럽의 많은 우방들마저 비난을 서슴지 않아 프랑스의 외교적 입지가 아주 좁아졌다. 시라크 개인적으로도 득을 본 게 별로 없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프랑스 국민의 60%이상이 핵실험에 반대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히로시마 원폭투하 50주년에 재개된 프랑스의 핵실험은 앞으로 일부 호전적 국가들의 핵개발을 부추기는 등 국제사회에도 큰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외 여론이 계속 악화할 경우 시라크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릴 전망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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