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당국간의 3차회담이 50여일만인 오는 27일 북경에서 속개하게 된 것은 일단 다행한 일이다. 북한의 요구로 열리는 이번 회담에 앞서 궁금한 것은 북한이 어떠한 자세로 나올 것이며 또 어떤 문제들을 제기, 요청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대체로 쌀추가지원과 경제교류의 촉진, 그리고 수해 구호지원 요청등이 예상되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은 것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굶주리는 동족을 돕기 위해 막대한 양의 쌀을 보내는데도 감사는 커녕 오만한 자세로 지원의 참 뜻을 왜곡할 뿐 아니라 갖가지 트집과 시비를 벌인데 대해 국민들은 강한 불쾌감과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3차회담에 앞서 무엇보다 정부는 쌀지원과 관련한 그 동안의 실책과 시행착오를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자세정립과 함께 확고한 대북정책을 세워 실천해야 할 것이다.
지난 7월말이래 3차에 걸친 집중폭우로 엄청난 수해를 입은 북한은 정권수립이래 처음으로 자존심을 굽히고 유엔과 각국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고 있어 3차회담에서는 쌀추가지원을 비롯, 무엇이든지 도와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주장하는 수해규모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일고 있음도 사실이다. 북한은 당초 5백20여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피해액이 1백50억달러 수준이라고 했는데 현지조사를 했던 유엔인도지원국(DHA)은 이재민 50만여명에 20∼30억달러선이라고 피해규모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북한으로서는 전래없는 재난을 당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우리로서는 같은 핏줄이란 측면에서 전적으로 외면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대북 수해구호에는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지난 84년 북한의 대남지원관례에 따라 남북적십자회담을 통해 지원하되 사전에 우리측의 현지 수해조사와 함께 북한측으로부터 정확한 피해규모 자료를 제공받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쌀추가지원과 경제협력은 종래의 비밀회담을 벗어나 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한 경제 교류협력공동위원회를 가동시켜 전담케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온 겨레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당국의 대표가 공식으로 만나 쌀추가지원 여부와 경제협력의 본격 추진등을 논의해야 한다. 언제까지 북한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괴이한 비밀회담을 통해 쌀만 주고 온갖 망신을 당하는등 끌려다녀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수해구호와 경협등에 앞서 쌀을 지원받은 북한은 납치해 간 안목사와 우성호선원 송환, 대남비방금지약속 준수등 상응하는 우호적 조치를 반드시 실천 이행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는 한 어떠한 지원도 할 수 없음을 단호히 천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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