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격렬한 반대여론도 아랑곳없이 프랑스는 5일(현지시간) 핵실험을 강행했다. 프랑스는 핵실험반대여론에 맞서 핵실험의 안전성과 무해성을 강변해 왔다. 그러나 핵실험장소가 자국의 본토가 아닌 것만 봐도 그것이 허구임은 자명하다.프랑스는 그동안 2백11회의 핵실험을 실시했지만 본토에서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지난 60년대 자국령인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로 실험장소를 옮겨오기전 프랑스는 그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사하라사막에서 핵실험을 했다. 알제리가 독립함으로써 장소를 옮겨야 했던 것이다. 사정은 다른 핵보유국들도 거의 비슷하다.
지금껏 1천51회 핵실험을 실시한 미국도 신탁통치영토였던 마셜군도의 비키니섬을 주된 원자·수소폭탄 실험장으로 삼았다. 92년 마셜군도가 독립한 후 현재는 마셜군도내 과잘린환초를 돈을 주고 빌려 핵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다. 그 전에는 네바다주 사막의 인디언 거주지에서 실시했고 최초의 핵폭탄 실험장소였던 뉴멕시코주 사막의 로스 앨라모스기지도 인디언 거주지였다.
영국은 50년대 연방인 호주와 남태평양의 식민지 크리스마스섬등에서 핵실험을 했고, 중국도 회족이 주로 거주하는 신장(신강)위구르자치구에 실험장을 두고 있다. 핵실험을 중단하고 있는 러시아가 그간 7백여회 실시한 핵실험의 대부분은 이제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카자흐스탄의 세미팔라틴스크 실험장에서였다.
핵강국들은 사람이 적고 안전한 곳을 찾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핵폐기물의 폐기장소 선정문제 하나를 둘러싸고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주민간의 긴장상태를 생각한다면 프랑스정부인들 본토내 어디에서 핵실험을 하겠노라 감히 말을 꺼낼 수 있을 것인가. 이처럼 핵보유국들이 자국본토 밖의 식민지나 본토안이라 하더라도 타민족 또는 소수민족의 거주지를 택해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핵무기의 가공할 위험성과 함께 핵무기에 내재된 비인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핵폭탄투하 대상국이 나치 독일에서 일본으로 바뀐 것과 관련, 아직도 논란이 있는 것처럼 핵무기는 인종적인 편견의 의혹까지 사고 있는 음험한 무기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프랑스령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벌이고 있는 독립운동에 지구촌은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독립만이 핵폭탄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그 곳 독립운동가들의 말은 다른 어떤 반핵구호보다 절실하고 설득력이 있다. 러시아의 핵실험중단이 카자흐스탄의 독립과 관련이 있듯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독립은 남태평양을 핵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지름길임에 틀림없다. 이는 지난달까지 핵실험을 실시한 중국에도 경고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다.<국제2부장>국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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