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청 내년 12기 1,476억엔 예산 요구/사회당 등 “냉전산물 세금만 낭비” 반발/예산 확정과정서 방위정책 근본틀 논쟁 비화될듯「일본방위와 방위산업 보호, 미일우호상 불가결하다」 「냉전시대의 산물로 세금의 낭비일 뿐이다」 일본 방위청이 지난달 31일 차세대지원전투기(FSX) 12대의 생산계획을 포함한 96년 요구예산안을 확정하면서 FSX양산계획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방위청의 96년도 방위예산 요구액은 올해보다 2.9% 증가한 4조8천6백4억엔. 이중 직접적인 전투장비의 구입비가 9천1백97억엔이며 FSX의 양산화 첫해분 12기, 1천4백76억엔이 여기에 포함됐다. 기당 1백23억엔의 엄청난 가격이다. 이에 대해 방위예산의 삭감을 중요정책목표로 내걸고 있는 사회당이 즉각적인 반발을 보이는 것은 물론 대장성도 전체적인 재정압박을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개발한 FSX는 아직 기종의 이름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순수 일본기술로 제작해 현재 사용중인 F1기의 후속 지원전투기로 항공자위대가 사용할 계획이다. 지원전투기란 가상적의 착·상륙공격에 대비해 해상전투와 지상전투를 공중에서 지원하는 것이 주임무로 공대함, 공대지 공격능력을 위주로 한다.
85년 국산개발과 수입, 공동개발등 FSX사업추진계획을 두고 다양한 논란이 전개되던 당시 항공자위대측이 내놓은 요구성능이 워낙 뛰어난 것이어서 미국으로부터 『국산개발을 노리고 무리한 성능을 요구한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공대함 미사일 4발, 단거리 중거리 대공미상일 각 2∼4발을 동시에 장착 ▲고도의 전자전능력 보유 ▲대함공격시 약4백50해리(약8백30)의 전투행동반경 ▲F16에 준하는 짧은 회전반경등이 요구됐다. 당시의 첨단기종인 미국의 F16이나 FA18, EU공동개발기인 토네이도등 어느것도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수가 없었다.
그러나 88년부터 미국과 일본이 모두 3274억엔의 개발비를 들여 각각 세계에 자랑하는 첨단기술을 결합해 공동개발에 들어가 지난 1월 선보인 시제품은 이 모든 성능을 충족시키는 세계최강의 전투기에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일본은 FSX 1백41기를 생산하며 3개 지원전투기부대에 60기, 훈련용 복좌기로 21기, 곡예비행용 9기, 예비기로 41기를 배치할 예정이다. 실전배치는 최종적으로 2천8년에 완료된다. 그러나 애초 개발당시 상정했던 구소련극동군의 침공위협이 현저히 감소한 현시점에서 엄청난 가격의 지원전투기를 대량확보할 필요가 있느냐는 데서 출발한 반대론이 워낙 활발히 제기되고 있어 방위청의 계획은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초년도 생산분의 기당가격 1백23억엔은 미공군의 F16기 구입가격인 30억엔의 4배를 넘고 위력적인 F15의 기당 1백8억엔보다도 높다. 방위청은 미국의 상관행상 생산설비투자액이 초년도분에 포함됐고 부품과 공구비도 포함된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분을 감안하지 않고도 전체 1백41기의 평균가격은 80억엔에 이르러 최고의 성능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토록 비싼 전투기를 훈련기나 곡예기로 사용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박도 잇따르고 있다.
무기수출이 금지돼 있는 일본은 미국과 같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가격의 개발비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고 양산계획이 중단되면 연구개발비가 공중에 뜨는 데다 미국과의 관계도 상처를 입게된다는 것이 방위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아오시마(청도)도쿄도지사가 위약금을 물면서 세계도시박람회를 포기했듯 지금 중단해도 차액분 5천억엔이면 개발비를 상회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또 이같은 고도의 성능이 필요한 안보상의 위협요인이 있느냐의 여부를 두고도 다양한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이나 중국의 위협이 거론되는 것도 이 논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위청내에서도 『FSX계획은 신형기를 개발하기로만 돼 있지 구체적인 배치안은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든가 F16이나 FA18의 면허생산, F4전투기의 개량배치등 다양한 대체안을 검토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예산안 확정과정에서는 단순히 수치논란이 아니라 일본방위정책의 근본틀에 관한 논쟁으로까지 비화할 소지를 안고 있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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