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교 갈등표출·과묵한 남편 대변 해석분분필리핀 퍼스트레이디 아멜리타 라모스여사가 최근 필리핀인의 정신적 지주로 존경받고 있는 가톨릭의 하이메 신추기경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라모스여사는 지난 2일 신추기경의 67번째 생일날에 맞추어 공개적으로 비난의 포격을 퍼부은데다 신추기경의 개인적인 매너까지 물고 늘어졌다. 전인구의 85%가 가톨릭신자인 필리핀에서 정치인의 가톨릭 지도자에 대한 비판은 「자살행위」로 여겨질 정도다.
독재자 마르코스도 신추기경에 대해서는 깍듯이 예의를 차렸었다. 라모스 대통령내외가 개신교도라는 점에서 신구교간 갈등의 표출이라는 시각도 있고, 라모스여사가 과묵한 남편을 위해 화끈하게 내조를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라모스여사는 우선 정부의 인구억제정책에 대한 가톨릭측의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들어 포문을 열었다. 필리핀정부는 6천8백만명에 달하는 필리핀인구가 보다 나은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산아제한등 강력한 인구억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톨릭측은 산아제한·낙태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교리에 따라 정부의 인구억제정책 자체에 대해 비판적이다.
라모스여사는 이날 『추기경이 직접 가난에 찌들린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닐라의 슬럼가등을 방문해봐야 한다』면서 『나는 그가 국민들에게 자녀를 더 많이 낳으라고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일들을 하기를 바란다』고 신추기경을 몰아세웠다.
그는 『신추기경은 자연피임을 믿는다면서 왜 자연피임을 보다 장려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고 『우리는 너무 많은 인구를 갖고 있어 아무리 학교를 지어도,식량을 생산해도,교통을 늘려도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라모스여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추기경이 최근 부통령과 사담을 하면서도 옆에 앉아 있는 피델. 라모스대통령과 자신을 무시했으며 자신이 연설하기도 전에 여성단체와의 대화를 이유로 자리를 떴다는등 신추기경의 매너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필리핀 가톨릭측은 라모스부인의 이같은 비난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인과는 달리 라모스대통령은 신추기경에 대해 침묵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이를 두고 가톨릭과 정면충돌을 피하려고 라모스대통령이 부인을 내세워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조희제 기자>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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