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화단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한 젊은 한인화가로부터 「뜻밖의」 미래계획에 관해 들은 적이 있다. 미국미술계에서 벌써 이름석자가 꽤 알려진 그는 『그림 그리는 일 말고 나중에 미국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인 2세 글쓰기교실」운영』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그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뉴욕미술계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두가지 금기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동성연애자이고 다른 하나는 유대인이다. 미술하는 사람뿐 아니라 미술거래상 중에도 워낙 동성연애자가 많아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비위가 상해도 동성연애와 관련된 일이라면 못 본척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술시장과 비평계를 함께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더 무서운 존재라 했다. 그림을 팔아 밥먹고 살려면 비평계의 일정한 인정이 필수적인데다 미술시장이라는 것이 워낙 빤해서 일단 유대인 눈밖에 나면 누구든 보따리를 쌀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중에서도 「글의 힘」에 주목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미국 언론계에서 유대인들이 지금처럼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게 된 것은 그들 특유의 글쓰기 교육 덕택이다. 하다못해 신문의 독자투고란에 하고싶은 말을 써보낼 정도는 돼야 여론의 한귀퉁이를 붙잡을 힘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2.3세들에게 영어쓰기 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그의 생각은 한인들의 미국주류사회 진출소망을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바라본 것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전적으로 동감할만하다. 이민1세들은 자녀들이 하루빨리 말을 배우기를 바라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이다.
정작 문제는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느냐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2중언어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면서 집에서는 아예 한국말만 쓰게(언)하는 한인가정이 늘고 있다지만 제대로 쓸(서)수 없는 언어는 반쪽의 생명밖에 갖질 못한다. 젊은 화가의 젊은 결심은 말과 글에 대한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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